창극으로 재탄생한 '각시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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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각시' 13~14일 국립국악원경북 안동에서 전해지는 하회별신굿 이야기의 각시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역병에 맞서 싸우는 여성 영웅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국립민속국악원이 개원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오는 13일과 14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리는 창극 ‘별난 각시’에서다.
하회별신굿의 '무진생 용띠 각시'
역병에 맞서는 여전사로 재해석
각시는 젊은 여자를 가리키는 ‘가시’가 변한 말이다. 민속축제에서 탈은 ‘신(神)의 얼굴’이다. 각시탈은 하회별신굿에서 사람들이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신으로 모시는 ‘무진생 용띠 각시’다. 창극 ‘별난 각시’는 각시탈에 얽힌 전설을 새롭게 풀어낸 ‘신이 된 각시’ 이야기다.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의 원작 ‘창극 각시탈’을 극작가이자 배우인 홍원기가 각색해 연출한다.극의 배경은 조선 후기 안동 하회마을이다. 의술을 펼치며 떠도는 민의원과 그의 딸 진이가 마을에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마을의 허도령과 안도령은 진이에게 반하면서 서로 적이 된다. 진이는 이 중 허도령과 결혼을 약속하는데, 때마침 마을에 역병이 퍼진다. 진이는 끝까지 역병과 싸우며 의술을 펼친다.극 중 무진년 용띠 각시인 진이라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는 홍원기가 만들어냈다. 홍 연출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에 방역 일선에서 헌신하던 간호사들의 모습을 보고 진이를 떠올렸다”며 “마을공동체에 닥치는 재난도 시의성을 살려 가뭄·물난리가 아니라 역병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아쟁 명인 김영길이 음악감독, 소리꾼 박애리가 작창, 2019 KBS 국악대상을 받은 김백찬이 작곡을 맡았다. 정은혜 충남대 무용학과 교수는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가 담긴 탈춤을 새롭게 해석해 보여준다.박경민(진이), 김대일(허도령), 윤영진(안도령), 정민영(민의원) 등 국립민속국악원 대표 소리꾼들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서울 공연에 이어 다음달 11일 전남 진도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 무대에도 오른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