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미동맹은 동북아 평화 핵심축"…美 공조 속 中·日과 '실리외교'

尹, 각국 외교사절 면담

"한·미동맹으로 韓 산업화"
美 축하사절 '세컨드 젠틀맨' 접견
바이든 "5년간 긴밀 협력" 친서

尹정부 국익중심 외교노선
日사절 만나 "양국관계개선 노력"
왕치산 中 국가 부주석도 접견
시진핑, 尹과 통화…방중 초청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미국 정부의 축하 사절로 방한한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와 악수하고 있다. 엠호프 변호사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이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집무실에서 취임식에 참석한 각국 경축 사절단을 연쇄적으로 만났다. 사실상의 외교무대 데뷔전인 이날 접견을 통해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핵심에 두면서도 중국과의 실용외교,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 방점을 찍은 ‘윤석열식 국익 중심 외교 노선’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尹, 정상회담 앞두고 한·미 동맹 재확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집무실에서 미국 축하 사절 대표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를 접견했다. 엠호프 변호사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으로,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과 아미 베라,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 등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이끌고 취임식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미국 정부의 축하 사절로 방한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 대통령은 접견에서 “70년 역사의 한·미 동맹은 동북아시아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으로, 한국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며 “우리 국민들도 한·미 동맹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엠호프 변호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앞으로 5년 동안 긴밀하게 대통령과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담은 친서”라고 화답했다.

이날 만남에선 오는 20~22일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엠호프 변호사는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며 “역대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이른 시기에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중국·UAE ‘릴레이 접견’

윤 대통령은 이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만나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총리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축사절인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난 뒤 국회에서 열린 취임 경축 연회에 참석했다. 이어 다시 집무실로 돌아와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을 접견했다. 왕 부주석은 “시진핑 주석은 윤 대통령이 양측에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시 주석은 윤 대통령 당선 후 축전을 보냈고, 방금도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왕 부주석은 또 “한국과 중·한·일+X(엑스) 협력을 추진하면서 중·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구축을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중·일 동북아 경제 교류를 확대하자는 의미다.

윤 대통령의 해외사절 접견은 11일에도 이어진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포스탱아르캉주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조지 퓨리 캐나다 상원의장 등을 잇달아 만난다.

대중 메시지 완화 속 실용주의 노선

외교가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미 동맹 강화를 외교 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되, 중국과의 무역 및 북한의 도발 위협 등을 고려해 중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중국과 북한에 강경 발언을 이어갔던 것과 달리 이날 취임식과 접견에서 표현이 크게 순화된 것도 이 같은 기조를 반영했다는 해석이다.중국이 최고위급 인사를 취임식에 파견하고, 윤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초청한 것도 이 같은 노선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