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세 번, 국회 두 번 찾아…윤석열 대통령, 첫날 42.1㎞ '마라톤 업무'

숨가빴던 취임 첫날

용산 대통령실 벙커서 합참 보고로 업무 시작
수석비서관 회의 열고 외교 사절단 릴레이 접견

5층 2집무실서 근무…한 달간 서초동서 출퇴근
< (10:15) 현충원 참배 뒤 방명록 >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쓰고 있다. 김범준 기자
“우리 한번, 신나게 일해봅시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낮 12시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네자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로 올라가기 전 로비에서 마이크를 잡고 “그동안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비서진과 악수한 윤 대통령은 5층에 마련된 제2 집무실로 올라가 첫 업무를 시작했다.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하루 42㎞ 이동, 분 단위로 일정 쪼개

윤 대통령은 취임 첫날 수차례 국회와 용산을 오가는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0시 용산 집무실 지하벙커에서 군의 전화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서초동 자택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10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 (12:25) 용산 주민 환영행사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취임식을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한 놀이터를 찾아 어린이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오전 11시 시작된 취임식이 끝난 뒤엔 다시 용산으로 향했다.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삼각지에 있는 경로당과 어린이집을 방문해 ‘전입신고’를 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동네 어르신들이 둘러앉은 야외 정자에서 인사를 건네며 “주민들이 불편하시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근처 놀이터를 찾아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낮 12시30분께 집무실에선 ‘1호 안건’인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서명했다. 윤 대통령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과 잠시 대화한 뒤 점심을 함께했다. 이어 미국·일본·아랍에미리트(UAE) 사절단을 연이어 만났다.
< (15:50) 국회서 경축 > 연회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경축 연회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윤석열 정부’를 ‘문재인 정부’로 잘못 말하자 박수로 격려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윤 대통령은 경축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3시50분 잠시 국회 로텐더홀을 방문한 뒤 용산으로 돌아와 외교 사절단 접견을 이어나갔다.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접견했고,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도 만나 환담을 나눴다. 하루에만 용산 세 번, 국회 두 번을 오가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총 이동거리는 42.1㎞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오후 7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취임 만찬행사를 열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 (19:00) 외빈 초청 만찬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 마련된 외빈 초청 만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수석·기자 한 건물에 근무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인부들이 인테리어 자재를 옮기는 등 내부 공사가 계속됐다. 국방부가 지난 8일까지 사용한 청사 2~4층은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윤 대통령은 공사가 끝나는 오는 6월 중순까지 5층에 마련된 제2 집무실에서 근무한다.용산 대통령실은 청와대와 달리 한 건물에서 대통령과 비서진, 기자들이 함께 일하는 구조다. 대통령은 2층 제1 집무실에서 주로 근무할 예정이다. 비서실장 사무실도 같은 층에 마련된다. 3층에는 안보실장실과 5개 수석비서관실이 들어선다. 윤 대통령이 수시로 2~3층을 오가며 비서관들과 토론할 수 있는 동선이다. 청와대와 비교하면 훨씬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측 설명이다.

1층에는 기자회견장이 있어 대통령 및 수석비서관들이 수시로 브리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자실 명칭은 소통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담아 ‘국민과 함께하는 기자실’로 정했다. 출입기자들은 보안상의 이유로 휴대폰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게 막는 앱을 깔아야 대통령실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한 달 정도 서초동 자택에서 집무실로 출퇴근한다. 새 대통령관저로 사용할 외교장관 공관 리모델링은 이르면 이달 말 끝난다. 새 대통령관저에서 대통령실까지 이동거리는 3.2㎞다. 경호 문제와 교통 통제에 따른 시민 불편이 이어질 경우 집무실 인근에 관저를 신축해 이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