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 주식분할 나선 닌텐도…그 뒤엔 실적둔화 고민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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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증시서 3번째로 비쌌던 닌텐도 주식분할※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주 한 가지 일본증시 이슈나 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에는 닌텐도(종목번호 7974)의 주식분할 소식과 실적을 다룹니다.
반도체 부족에 스위치 판매 2년 연속 줄어
시장은 스위치 다음 하드웨어에 촉각
닌텐도(종목번호 7974)가 31년만에 주식분할에 나선다. 일본 증시에서 세 번째로 비쌌던 '황제주'였으나 주가를 낮춰 투자자 저변 확대를 도모하기로 했다. 실적 고점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닌텐도가 주식분할로 투자자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오후 1시 26분 현재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닌텐도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66% 오른 5만8420엔에 거래 중이다.
주식분할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장 마감후 닌텐도는 1주를 10주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9월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분할하며 10월 1일부터 분할된 주가로 거래된다. 닌텐도가 주식을 분할하는건 31년만이다. 1991년 무상증자를 통해 1주를 1.35주로 분할한 뒤로 처음이다.
일본은 주식을 100주단위로 매매해야 한다. 닌텐도의 경우 1주 당 주가가 5만6000엔이 넘기 때문에 한 번 거래하려면 최소 약 5600만원(560만엔)이 필요하다. 닌텐도의 주가는 일본 상장기업 중에서도 세 번째로 높다. 도쿄증권거래소는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 주가가 5만엔에서 50만엔 미만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사장 역시 이번 주식분할과 관련 "투자자층과 주식의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주식분할 후엔 닌텐도 최소 거래금액이 약 560만원(56만엔) 수준으로 낮아지므로 더 많은 거래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에는 도요타자동차가 한주당 1만엔이 넘었던 주식을 5대 1로 분할, 2000엔 수준으로 낮춰 투자접근성을 개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닌텐도 스위치 인기가 고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보통 게임 하드웨어는 5~6년 인기를 끌었다가 서서히 주목도가 낮아진다. 전세계적으로 1억대 넘게 팔렸던 닌텐도 Wii 역시 2006년 발매 이후 5년째 되는 2010년께부터 판매량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후루카와 사장은 "(닌텐도 스위치) 발매 6년차에 20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건 미지의 영역"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수요가 탄탄하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더 판매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란 뜻이기도 하다. 닌텐도 스위치는 2월 시점에서 누적 판매량이 1억대를 기록한 상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