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허니문 상품 팔았는데 큰일났어요"…여행사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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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 환율·물가 상승 이중고“올가을 발리 허니문 상품을 달러당 1250원 기준으로 팔았는데 환율이 1300원대로 오른다는 예상이 나와 큰일났어요. 계약한 시점보다 환율이 오르면 랜드사(현지여행사)는 손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송기화 인도네시아 전문 랜드사 대표)원달러 환율이 최근 127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여행사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 간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재기의 몸부림을 치던 여행사들이 환율 상승이란 암초를 만났다. 해외 현지에서 달러로 경비를 지출하는 이른바 '랜드사'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랜드사들 "PCR검사 의무
항공편 부족으로 해외여행 활성화 어려워"
"여행업 충분한 손실보상 이뤄져야"
랜드사 환율·물가 상승 이중고
1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한국 관광객을 맞이하는 현지 여행사들이 지상비 지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상비란 숙박비, 식비, 교통비, 관광비, 행사비 등 현지에서 발생하는 여행 경비다. 랜드사가 비용을 책정해 여행 상품을 만들면 계약한 국내 여행사가 이를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랜드사는 여행객들이 오면 현지 관광 안내를 담당한다. 견적을 낸 시점보다 여행 때 환율이 오르면 랜드사의 비용 지출이 예상보다 늘어난다. 미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경우 현지 화폐가 아닌 달러로 비용을 결제하기 때문에 랜드사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태국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올해 초 판매한 여행 상품도 몇 달 사이에 환율이 많이 올라 수익성이 대폭 떨어졌다”며 “환율 상승 부담을 고객에게 지우긴 힘들어 랜드사가 대부분 추가 부담을 한다”고 했다. 송 대표는 “현지 물가도 많이 오르고 있어 양쪽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랜드사들 “정부, 여행업계 손실 보상해야”
유전자증폭(PCR)검사 의무화 조치와 항공편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도 해외여행을 하면 출국 전, 현지 출발 전에 각각 검사를 받고, 귀국 후에도 한 번을 더 받는 등 모두 세 차례 PCR검사를 받아야한다. 미국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는 주홍민 씨는 “사람들이 PCR검사에 부담을 느껴 해외여행수요가 떨어질 수 있다”며 “항공편 공급도 아직까지 원활하지 못해 해외여행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랜드사들은 여행업계 손실보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환율상승과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2년 간 쌓인 적자로 벼랑끝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중국과 베트남 전문 랜드사를 운영하는 이두현 씨는 “해외여행이 재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문을 연 여행사와 랜드사들은 거의 없다”며 “매출이 지난 2년 동안 전혀 없었던만큼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윤석열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를 통해 기존 손실보상 대상에서 배제됐던 여행업, 공연전시업, 항공운수업 등도 추가경정예산안 지원대상에 포함했다.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 최소 600만원을 지급하고 손실보상률도 90%에서 100%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