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학수고대하는 이 기업…환경론자 반대에 '가시밭길' [김리안의 글로벌컴퍼니]

호주 피드몬트리튬, 美최대 리튬광산 개발 '첩첩산중'
"니켈은 대체해도 리튬은 대체 불가" 전망은 장밋빛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가 본업인 전기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반복해서 언급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이다. 머스크는 지난 4월 "리튬 채굴·정제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도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10일(현지시간)엔 "리튬 광산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 등 리튬의 중요성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배터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전기차 업계까지 직접 리튬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지만, 미국의 리튬 채굴 사업은 주정부 인허가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호주 광산업체 피드몬트리튬을 예로 들었다.피드몬트리튬은 2019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3000에이커(1만2142㎡·3673평)에 달하는 부지를 매입한 뒤 리튬 광산을 개발하기로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프로젝트는 규모면에서 미국 최대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현재 가동 중인 리튬 광산이 한곳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희소성도 있는 사업이었다.

피드몬트리튬은 해당 프로젝트에 착공하기도 전인 2020년 9월엔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수십년 만에 처음 새로운 리튬 광산 개발에 나선 피드몬트리튬으로선 단번에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를 고객사로 맞이하며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피드몬트리튬은 첫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인근 주민과 환경론자들의 반대가 거세 주정부가 채굴에 필요한 인허가를 내어주지 않아서다. 원래 시간표대로라면 2020년 광산 개발을 끝내고 채굴 작업을 시작했어야 했다.한 인근 주민은 "피드몬트리튬이 발파를 할 때마다 온 동네 땅이 뒤흔들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소음과 공기 및 수질 오염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피드몬트리튬 측은 "채굴 트럭 대수 제한을 통해 소음과 오염의 우려를 덜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또 "광산 개발이 지역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는 유인책도 내놨다. FT는 "피드몬트리튬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향후 다른 리튬업체들이 겪게 될 난관의 전초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들은 리튬의 몸값을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인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리튬 수요가 2021년 50만4000t에서 올해 64만1000t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공급량은 49만7000t에서 63만6000t으로 늘어나는 데 그쳐 폭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문 컨설팅 기업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사이먼 무어스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시장의 폭발로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각종 광물 군비 경쟁이 촉발됐다"며 "그중에서도 이 산업계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광물은 단연 리튬"이라고 말했다. 최근 학계에서는 코발트, 니켈 등이 들어가지 않는 배터리를 속속 개발하고 있지만, 리튬의 경우 아직까지 대체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