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로셀, 오는 7월 기술성평가 재도전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큐로셀이 연내 상장을 목표로 오는 7월 기술성평가에 재도전한다고 11일 밝혔다.

큐로셀은 지난 4월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A,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BB 등급을 받으며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선 2개 평가기관으로부터 A, BBB 이상 등급을 받아야 한다. 합격 점수인 BBB에 한 등급 못 미치는 BB 등급을 받은 점에 발목을 잡혔다.평가기관의 평가 결과가 2등급 이상 서로 차이가 나면 6개월 내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기술성평가 성적표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지적사항을 보완해 7월 중 재심사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큐로셀이 6개월 내 재심사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심사 당시 받은 지적 중 일부가 세포치료제 본연의 특성과 관계된 것이어서 단기간내 보완이 어려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큐로셀이 6개월내 재심사를 받는 선택을 한 것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중 도입예정인 새로운 기술성평가 가이드라인이라는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국거래소는 22개 평가 전문기관별로 들쑥날쑥했던 기술성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하반기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새 가이드라인은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며 “현재 기준에 맞춰 기술성평가를 준비해온 기업이라면 새 기준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큐로셀은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대상으로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CRC01'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세포치료제 기업 중 가장 먼저 임상에 진입했다. B세포가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CD19 단백질을 표적해 살해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미 시판된 경쟁 제품으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등이 있다. 큐로셀은 다음 달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임상 결과 중 일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큐로셀은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인 PD-1과 TIGIT을 억제하는 것으로 자사 CAR-T 치료제를 앞서 승인된 CAR-T 치료제와 차별화했다. 본래 면역관문은 면역세포가 우리몸의 정상세포를 비정상세포와 구분하는 데 쓰인다. 면역관문이 작동하는 정상 세포는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않는다.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정상세포 뿐만 아니라 암세포 또한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면역관문을 이용한다는 점이 밝혀지며 문제가 됐다.‘키트루다(미국 머크)’ 같은 면역항암제가 대표적인 PD-1 면역관문억제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 앞에서 정상세포로 둔갑하는 일을 막는다. PD-1, TIGIT 2개의 면역관문을 억제한 만큼 CRC01이 기존 CD19 CAR-T 치료제 대비 종양 공격능력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 큐로셀의 설명이다.

큐로셀과 유사한 접근을 하고 있는 곳으론 노벨화학상 수상자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공동창업한 카리부 바이오사이언스가 꼽힌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PD-1만을 억제한 CD19 CAR-T ‘CB-010’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카리부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7월 3억400만 달러(약 3874억원) 공모자금을 끌어모으며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또한 ASCO에서 CB-101 임상 1상의 일부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