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정점 아직?…美 금리 다시 급등

미국의 4월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됐다. '인플레이션 정점'을 미리 반영해서 하락했던 금리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1일(미 동부 시간)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다.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대비 8.3%,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수치는 6.2%로 나왔다. 지난 3월( 8.5%, 6.5%)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월가 예상치 8.1%, 6.1%를 웃돌았다. 또 전월 대비로는 각각 0.3%, 0.6% 상승해서 예상치 0.2%. 0.4%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문제는 미 중앙은행, Fed가 주시하는 근원 물가였다. 전쟁 등의 영향으로 급등한 에너지, 음식료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가 전달보다 0.6%, 정확히는 0.57%나 오른 것이다. 이를 연율로 따지면 7%에 달한다. 중고차 가격은 예상처럼 전달보다 0.4% 내렸지만, 신차 가격은 1.1%나 올랐다. 또 주거비와 의료비, 항공료 등이 모두 크게 증가했다. 주거비의 경우 지난 3월과 같은 전월 대비 0.5% 올라 지속적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거비는 CPI에서 33%나 되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CPI 발표를 앞두고 이번주 금리는 상승세를 멈추면서 전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 아래로 떨어졌었다. CPI가 4월 정점을 찍고 이제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수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10년물 금리는 발표 직전 연 2.94% 수준에서 3.05% 수준까지 올랐다. 2년물의 경우 2.59%에서 2.73%까지 뛰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헤드라인 수치는 떨어졌지만 근원 물가는 매우 뜨겁게 나타났다"며 "4월에 전월대비 0.57%나 올랐는데 이는 연율로 따지면 7%이고, 이전 12개월간 연율 6.5% 수준으로 오른 것보다 더 상승했다. 이런 수치에서 투자자들은 편안함을 찾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씨티는 "헤드라인 수치는 일부 살짝 정점을 찍었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일 것"이라며 "Fed의 공격적 긴축 정책에 대한 위험은 여전하다"라고 분석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CPI를 보면 상품 가격은 낮아지고 있지만 서비스 물가가 대폭 뛰고 있다"며 "헤드라인 수치는 내려오고 있지만 그것도 예상보다 높다"라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