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엘레나 론칭해 ‘여성 유산균’ 시장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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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올해 3월 질 건강 유산균 선도주자인 유한양행의 엘레나는 250만 병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하루 복용량 기준으로 보면 7500만 캡슐이 소비됐다. 2015년 11월 출시 후 6년 4개월 만에 얻은 성과다.
임산부라면 꼭 섭취해야 하는 유산균으로 포지셔닝
‘샤넬’ 브랜드 가방을 모티브로 제품 패키지
출시 초기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전략
지난해 유한양행이 엘레나 단일 제품을 통해 올린 매출은 214억원이다. 약국에서 손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품목으로 보면 유한양행의 간판 품목인 안티푸라민(244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매출 성적이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엘레나 매출은 135%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2015년 11월 출시 당시와 비교하면 성과는 더 드라마틱하다. 출시 첫해 매출은 4억원으로 6년 남짓한 기간 엘레나 매출은 5250% 성장했다.
유한양행의 엘레나는 여성의 질 건강을 위한 유산균 시장을 처음 개척한 제품으로 꼽힌다. 1926년 창립한 유한양행은 기존 제품 카테고리에 안주하지 않고 2015년 제약업계 처음으로 UREX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질건강 균주를 도입했다. 엘레나 론칭을 통해 유한양행은 ‘여성 유산균’ 시장을 새롭게 열었다.
상황 1 메르스로 ‘면역’ 시장 확대
도전 1 ‘여성 유산균’ 새 시장 선점
유한양행이 엘레나를 출시하던 2015년 한국 시장을 주름잡던 키워드는 ‘면역’이다. 2015년 5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유행하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180명 넘게 감염돼 39명이 숨졌다.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를 위해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람도 급증했다.당시 프로바이오틱스로 대표되는 유산균 제품 출시가 늘었지만 이들의 기능은 ‘범용’에 가까웠다. 장 건강을 돕고 면역력을 북돋는 장내 유익균의 통상적 기능을 강조하는 제품이 대다수였다.
유한양행은 엘레나의 균주 특성에 집중했다. UREX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는 장 건강과 질 건강 부문에서 개별인정형을 받은 최초 균주다. 유한양행은 엘레나를 통해 ‘여성 유산균’이라는 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했다. 마케팅 방향을 정한 뒤 집중한 대상은 질 건강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임산부였다. 이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강화했다. 엘레나 균주는 임산부도 섭취할 수 있다. 임신 여성이 섭취하면 질과 직장 내 GBS(그룹B 연쇄상구균) 정착률을 줄인다는 내용의 학술 논문도 다수 보유했다. GBS는 질이나 직장에 많이 있는 균으로, 건강한 성인에게 질환을 일으킬 위험은 낮지만 분만 시 태아가 감염되면 패혈증 수막염 등을 호소할 수 있다.
유한양행은 이런 포지셔닝을 위해 산모 대상 오프라인 부스를 설치하고 여성유익균에 대한 강의를 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임산부라면 꼭 섭취해야 하는 유산균으로 명확히 포지셔닝했다. 당시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배우 소이현을 모델로 기용했다. 임산부에게 친근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상황 2 습도·온도로 품질 저하 우려
도전 2 병입 완제품으로 품질 관리
유산균 제품 출시를 결정한 뒤 유한양행의 고민은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유산균은 습기를 잘 흡수하는 데다 보관 온도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고민 끝에 유한양행은 엘레나의 유산균 제품을 수입 완제품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엘레나 제품 병 포장 안쪽은 외부 수분을 차단할 수 있도록 실리카겔이라는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다. 제조사인 덴마크의 크리스찬한센에서 엘레나 제품 캡슐을 만들고 병으로 포장해 국내로 수입한다. 품질을 위해 유통과정에 특별히 신경 쓴 셈이다.
대개 국내에 유통되는 유산균은 캡슐이나 가루 형태로 수입해 들여온다. 유한양행처럼 병입까지 한 완제품으로 구성하려면 제품을 발주한 뒤 국내에서 수령할 때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시장의 수요량에 맞춰 제품 출하량을 그때그때 조절하는 게 더 힘들다는 의미다.
긴 리드타임을 감수하고 품질에 신경을 쓰기 위해 수입완제를 고집한 유한양행의 노력에 소비자들은 입소문으로 화답했다. 초기 엘레나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엘레나를 섭취해 본 소비자들의 입소문 덕분이었다. 특히 여성 소비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등에선 ‘질 건강’을 위한 추천 제품 목록에 엘레나가 빠지지 않았다.
유한양행은 이런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품질’을 알리기 시작했다. 제품을 직접 섭취해 본 소비자들의 제품 후기를 광고 영상으로 제작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상황 3 프로바이오틱스 가격경쟁 치열
도전 3 질 높은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유산균 시장에서 저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전성시대로 불릴 정도로 출시 제품군이 다양해지자 업체들은 너나없이 가격 경쟁에 뛰어 들었다. 낮은 가격 덕에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유산균 제품을 섭취할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업체들은 극심한 마케팅 전쟁을 펼쳐야 했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달랐다. 여성 건강을 책임지는 질 좋은 유산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유산균이라는 레드오션에서 새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했다.
유한양행의 프리미엄 전략은 2015년 11월 론칭 당시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유한양행은 엘레나를 프리미엄 명품 유산균으로 포지셔닝했다. 다른 제품보다 비교적 단가가 높은 데다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질 건강 유산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엘레나의 제품 패키지에도 이런 프리미엄 전략을 녹였다.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워너비 상품인 ‘샤넬’ 브랜드 가방을 모티브로 해서 제품 패키지를 구성했다.
임산부에게 크게 어필했던 배우 소이현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년 간 꾸준히 엘레나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뢰도 높은 제품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정직’과 ‘신용’이라는 유한양행의 상징도 엘레나의 이미지에 녹여낼 수 있었다.
질 높은 프리미엄 이미지는 고객들의 충성도로도 이어졌다. 엘레나의 효과를 톡톡히 확인한 한 팬은 몇 년간 먹은 엘레나 빈 통을 모아 엘레나 공식 인스타그램에 디엠을 보내는 등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건강기능식품과 유산균 시장은 수많은 제약사와 식품회사가 새롭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레드오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한양행이 엘레나를 출시하던 2015년에는 ‘면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에 맞춰 수많은 장 건강 유산균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었다.소비자들에게는 ‘유산균=장건강’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유산균 자체로 특별한 제품 포인트를 내세우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는 의미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엘레나로 여성 유산균이라는 새 시장을 열었다. 질 건강과 장 건강에 함께 도움을 주는 엘레나의 기능성에 집중한 것이다. 엘레나가 출시되던 당시 시장은 새로운 여성용 건강기능식품 주자를 필요로 하던 때다. 백수오 파동으로 해당 제품 시장이 주저앉으면서 여성 건강을 타깃으로 한 새 제품 수요가 높아졌다.
유한양행은 터부시되던 ‘여성들의 질 건강’에 집중했다. 당시 질 건강 시장에서 판매되던 제품군은 여성 청결제와 질정제가 대부분이었다. 엘레나가 출시된 뒤 질 건강 유산균이라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
초기 임산부를 상대로 한 유한양행의 마케팅은 ‘엘레나가 질 높은 프리미엄 유산균’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됐다. 임산부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배우 소이현을 모델로 삼은 것도 타깃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출시 초기 엘레나는 약국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이었다. 이런 전략도 제품 고급화에 도움이 됐다.
이지현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케팅에서 ‘모든 소비자에게 서비스하겠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서비스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고객의 니즈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터는 전체 시장을 목표로 하기보다 우리 제품을 특별히 필요로 하는 특정 고객군을 잘 찾아내야 한다. 다시 말해 정확한 “시장 타깃팅(Market Targeting)”이 필요하다.
좋은 타깃팅을 위해서는 세분시장의 (1)크기, (2)성장률, (3)구조적 매력도, (4)우리 회사의 목표와 자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시장의 크기가 아무리 크더라도 시장 내 경쟁자가 많으면 매력적인 타깃이 아니다. 반대로 시장 크기는 작아도 향후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거나, 혹은 경쟁자의 수가 적고 시장 내 대체제품의 수가 적다면 매력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
유한양행 엘레나의 경우, 특별히 여성 전용 질 건강 유산균 시장에 집중했다. 여성 건강 제품은 시장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특히 당시에는 메르스 등으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었고, 백수오 파동 등으로 여성건강 제품 시장의 대체 제품이 부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쟁자의 수가 적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경쟁자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여성전용 질건강 유산균”이라는 카테고리를 유한양행이 새롭게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특별히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판단한다. 범용 유산균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수많은 경쟁자를 상대하는 전략이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새로운 리더”가 되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클래식 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22가지 마케팅 불변의 법칙(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에 소개된 ‘두번째 법칙’ 역시 “만약 첫번째가 될 수 없다면, 첫번째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라(The Law of the Category)”였다.
과거 CMO인사이트에서 다루었던 위니아 딤채도 삼성, LG와 직접 경쟁하지 않고 ‘김치 냉장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안에서 새로운 첫번째가 되어 성공했다. 아이디어스 역시 기존의 공룡 쇼핑몰들과 경쟁하기 보다 ‘핸드메이드 전문’이라는 새로운 쇼핑몰 카테고리를 만들어 성공했다.
이처럼 소비자들 마음 속에서 첫번째가 되는 것은 언제나 효과적이다. 이미 시장에 강력한 리더가 있어 첫번째가 될 수 없다면, 유한양행처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새로운 첫번째가 되어 보자. 레드오션 속 수많은 후발 주자 중의 하나가 되는 것보다 훨씬 성공 가능성 높은 마케팅 전략이 될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사람은 각자 다양한 가치들로 구성된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만족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다른 사람은 타인을 위한 봉사와 희생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렇게 저마다 자신의 가치체계에 따라 태도를 형성하고 행동을 한다.
소비생활에서 소비자의 판단이나 태도, 행동의 근거로 작용하는 것을 가리켜 ‘소비가치’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소비가치는 사람이 소비자로서 판단하고 행동할 때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자 신념이다.
소비자가 어떤 소비가치를 가졌는지는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소비자의 소비가치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는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소비가치는 중요한 연구 주제였다. 초기에는 기능적 가치와 쾌락적 가치로 구분하는 연구가 많았다. 기능적 가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얻는 효용을, 쾌락적 가치는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적 만족을 가리킨다.
이후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소비가치는 다양한 형태로 구분되었다. 그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연구는 잭디시 세스(Jagdish Sheth)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 연구는 기능적 가치, 사회적 가치, 감정적 가치, 지식적 가치, 상황적 가치 등 5가지 소비가치를 제시했다.
필자도 동료 교수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국내·외 연구를 종합해 총 11가지 소비가치를 제시한 적이 있다.
이처럼 소비가치를 설명한 이유는 유한양행의 엘레나 사례를 소비가치와 접목해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저가 경쟁이 치열한 유산균 시장에서 ‘UREX 프로바이오틱스 균주가 장 건강 뿐만 아니라 질 건강에도 좋다’는 점을 내세워 타사와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런 전략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제시했던 11가지 소비가치 중 두 가지에 부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전지향 소비가치와 혁신지향 소비가치가 그것이다.
안전지향 소비가치는 제품이나 서비스 선택에서 신체적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은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려는 성향을 포함한다. 임산부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제품이라는 입소문은 소비자의 이런 성향을 자극했을 것이다.혁신지향 소비가치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에 근거한, 새로운 자극의 추구로부터 도출된 가치다. 장 건강은 물론 질 건강에도 좋다는 점이 소비자의 혁신지향 소비가치에 부합했을 것이다.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려는 마케터라면 소비자의 다양한 소비가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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