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상장업체 사들여 900억대 주가조작·횡령한 일당 적발

검찰, 대주주 등 7명 기소…"주가조작으로 소액주주 수천명 피해"

경영난을 겪는 상장기업들을 경영할 의사도 없이 인수한 뒤 허위 공시 등으로 주가 및 회계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수백억원대 이익을 취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병문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코스닥 상장업체 ㄱ사의 실지배 주주 A(43) 씨와 대표이사 B(68) 씨, 재무이사 C(53) 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이들이 인수한 코스피 상장업체 ㄴ사 전 대표 D(65) 씨 등 4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A씨 등은 기업을 정상적으로 경영할 의사가 없으면서 2019년 12월∼2021년 2월 수년간 적자가 누적된 ㄱ사 등 3개 법인의 경영권을 사채를 끌어들여 무자본 M&A 방식으로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하는 이른바 '기업사냥형 주가조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ㄱ사의 최대 주주가 되었음에도 사채 등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경영참가 목적이 없다'는 허위 공시를 하고, 주식 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을 피하고자 주식대량보유보고 등을 누락한 채 6명 명의로 주식을 분할 매도하는 방법으로 56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폐기물처리업체 ㄷ사를 인수해 신규사업에 진출한다'는 명목으로 투자받은 자금 140억원 등 회삿돈 194억원을 무단 인출해 피고인들이 별도로 보유한 법인의 부동산 개발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ㄷ사 주식은 2020년 12월 법원의 판결로 의결권이 제한돼 사실상 가치가 없는데도, ㄱ사에서 ㄷ사 주식을 270억원에 고가 매수하도록 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지분 취득 내용을 공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치가 없는 피고인들 소유 토지를 ㄷ사가 298억원에 고가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토지 대금 명목으로 175억원 및 전환사채 97억원 상당을 발행받기도 했다.

이밖에 ㄴ사, ㄷ사의 회계나 계약, 직원 급여 등을 허위로 작성 및 관리하는 수법으로 회삿돈 각 86억원과 62억원을 빼돌려 A씨 채무 변제 등으로 임의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폐기물관리업체 ㄷ사에 대한 횡령 고소 사건을 직접 수사하던 중 이들의 '기업사냥형 주가조작' 범행을 추가로 확인해 지난달 4일 주범 격인 A씨를 구속기소 한 뒤 잇따라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또 피고인들 소유 페이퍼컴퍼니에서 취득한 토지를 비롯해 계좌추적으로 확인된 은닉 재산 100억원 상당을 추적해 추징 및 보전 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상장 법인을 사적 이익 취득을 위한 일회적 도구로 활용했고 대상 법인들은 상장 폐지 절차가 진행되는 등 사실상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됐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수천명에 달하는 소액 주주들에게 전가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