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구자학 회장 마지막길 범삼성·LG家 배웅…이재현 부축한 이부진

'산업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셋째아들
이재현·이부진·홍라희 범삼성가 빈소 찾아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가 12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 후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산업화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마지막 길을 범 삼성가와 범 LG가 인사들이 배웅했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셋째 딸 이숙희 여사와 결혼해 삼성·LG그룹에서 두루 활약한 '산업화 역사의 산 증인'이다.

12일 향년 92세로 별세한 구 회장의 빈소에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이숙희 여사와 장남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을 비롯해 구미현 씨,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사위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조문객을 맞았다.재계에서는 가장 먼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범 삼성가 인사들이 방문해 고인을 기렸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조문이 시작된 지 약 30분 만에 이재현 회장이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빈소를 찾았다. 이후 3시께 홍라희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이 방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빈소에 조화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관장은 유족을 포옹하며 위로한 뒤 취재진에게 "고인께서는 너무 훌륭한 분이셨다"고 말했다.

범 삼성가 인사들은 빈소를 함께 나섰다. 이부진 사장이 사촌지간인 이재현 회장을 부축하는 풍경이 연출돼 시선을 끌기도 했다.또한 오후 3시께에는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희성그룹의 구본능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구본능 회장은 고인의 자녀인 구지은 부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 등을 위로했다. 범 LG가는 LG그룹을 중심으로 GS·LS·LIG·LF·아워홈·LX그룹으로 분리된 상태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12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빈소에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1930년생인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고 구본무 LG 회장,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구본걸 LF 회장의 숙부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1960년대부터 식품, 화학, 전자,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경영인으로 활약했다. 삼성그룹에서는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냈다.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한 후에는 LG그룹으로 돌아가 럭키 대표이사,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LG 반도체 회장, LG 엔지니어링 회장, LG건설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친숙한 '페리오', '드봉' 등 브랜드 성장에도 일조했다.

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럭키는 1981년 '페리오'를 개발했고,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 소재를 선보였다.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수출했다.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사진=아워홈
2000년에는 LG유통의 FS(식품서비스) 사업부를 독립시켜 매출 1조7408억원(지난해 말 기준)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으로 성장시켰다.

구 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아워홈의 매출은 2000년 2125억원에서 지난해 1조7408억원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발인은 15일 오전,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