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추진되던 산본에서 '재건축' 요구 빗발치는 이유

추진되던 리모델링 곳곳서 마찰
새 정부 특별법 기대감에 재건축 요구 ↑
재건축 선호도 높지만…속도는 리모델링 우위
군포시 산본동 롯데묘향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추진되던 1기 신도시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서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내놓으면서 재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영향이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주민 간의 갈등도 빚어지는 모습이다.

12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산본에서는 18개 아파트 단지가 올 초 산본 공동주택 리모델링 연합회를 출범하고 리모델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군포시 산본동 '우륵주공7단지', '개나리주공13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우륵주공7단지는 안전진단 문턱을 통과했고 개나리주공13단지도 내달까지 안전진단을 마칠 예정이다.다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추진 동력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본동의 A 공인중개사는 "당초 리모델링 기대주였던 세종주공6단지에서 사업이 무산됐다"며 "가구당 분담금이 초기 예상보다 2배 오르면서 차라리 재건축을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동의서 철회가 이어지다 기존 리모델링 추진위가 해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정부까지 들어서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용적률 500%를 적용받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산본동 '롯데묘향'에서는 최근 재건축 추진 사전설문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입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위 설립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단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묘향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이틀 전 재건축 추진 현수막과 설문 안내지 게시 요청이 들어와 허가했다"며 "다만 이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진 않아 인원 등의 정확한 사항을 알지 못한다.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군포시 산본동 롯데묘향에 게시된 재건축 추진 사전설문 안내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대림솔거', '동성백두', '극동백두', '한양백두' 등 주변 단지와 연합해 총 3804가구 규모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상 단지 중 일부는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다.이들은 "일부 단지의 리모델링 추진위를 설득할 계획 없다"며 "주민들이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비교해 선택하면 된다"는 입장을 세웠다. 다만 통합 재건축 대상으로 언급된 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은 "통합 재건축이나 단지 자체 재건축 추진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산본동 B 공인중개사는 "과거에 해당 단지들의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톡방이 있던 것으로 안다. 통합 재건축도 같은 맥락의 주장일 것"이라며 "갑작스레 통합 재건축 소문이 돌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주민들이 불쾌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재건축 지지자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면 주민 간의 마찰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모델링이 한창이던 산본에서 마찰이 빚어진 것은 새 정부의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공약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당초 산본은 리모델링이 추진이 활발했다. 산본의 평균 용적률은 205%로,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의무조성, 초과이익환수제 등을 감안할 때 재건축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경DB
윤 대통령은 특별법을 통해 1기 신도시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300%까지 허용하고, 역세권 등 고밀개발이 가능한 지역은 500%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안전진단·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드는데다 내력벽 등의 제약 없이 온전한 새 집을 만들 수 있다보니 리모델링을 지지했던 주민들도 재건축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정비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재건축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리모델링 역시 적지 않은 강점을 가졌다고 평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건축이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도 사업성이 나올 때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재건축 사업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아직은 막연한 이야기다. 구체화하더라도 이주 등의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빠른 사업을 원하면서 용적률은 높고, 소형 평형이 많아 가구당 대지 지분이 적다면 리모델링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