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와 尹대통령의 스킨십 정치[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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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한 유명 카메라 CF의 카피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 공식에 대입하면 아마 '식도락가''애주가' 쯤 되지 않을까. 그가 언론에 노출된 모습 대부분이 식사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식사 정치'로 불린다. 채 1년이 되지 않은 짧은 정치 경력이지만, 고비 때마다 술과 식사를 통해 나갈 길을 찾고,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그의 식사 자리는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다. 지난해 초 검찰총장을 그만둔 후 정계 진출을 저울질하며 정진석 권성동 등 국민의힘 중진들과의 밥을 먹었고,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이준석 대표와 치맥회동을 했다.입당해서는 당내 인사들과 선수별로 나눠 식사를 같이 했다. 이 대표와 선거대책위 인선을 놓고 갈등을 빚을 때는 울산 술자리 후 포옹으로 마무리짓는 모습을 연출해냈다. 코로나 시국에 술자리를 너무 자주한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또 대통령 당선후엔 남대문에서 국밥으로 시장 상인들과 첫 일정을 소화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이 무산된 후 인수위측 인사들과 환하게 웃으며 김찌치게집으로 향했다.
서민적인 음식만 찾는 것도 포인트다. 주 메뉴가 김치찌개나 육계장, 꼬리곰탕, 짬뽕, 파스타, 샌드위치 같이 어디서나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음식이고, 술도 소주 아니면 맥주다. 윤 대통령은 이런 식사 일정에다 집밥 요리 실력, 반려견과의 산책 등을 더해 자신의 엘리트 이미지를 중화시킨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검찰에서도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소탈한 식사 사진들을 통해 그가 언제든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고, 소통이 가능한 옆집 아저씨 같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확실히 전임들과 차별화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혼술·혼밥을 즐겼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혹시 혼밥하시지 않는가”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중국 방문기간 중에도 혼밥을 해서 비판을 듣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공식 행사를 빼고는 혼밥했다는 게 정설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혼밥 안하기, 뒤에 숨지 않기 두가지는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또 “야당 인사, 언론인, 격려가 필요한 국민 등 여러 사람들과, 필요하다면 두 끼를 먹더라도 밥 먹으며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당선후 취임까지 두 달간 야당 인사들을 만나지 않았다. 대신 전국을 돌며 당선 인사를 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이 취임전까지 야당과 자유롭게 접촉할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윤 대통령의 소통과 협치 노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통합과 협치, 소통의 가치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자유와 성장을 강조했을 뿐 통합과 소통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통합은 너무 당연한 얘기여서 안했다고 했다. 소통이나 통합 노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라가 누란지위(累卵之危) 상태다.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重苦)이고, 그동안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무역수지까지 3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는 등 복합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북핵 사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유례없는 의석 차이를 보이는 '여소야대' 구도는 이런 난국을 더 어려운 상태로 내몰 변수중 하나다.
여야가 내달 1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내각 청문회 등 곳곳에서 극한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 상황을 풀어내는 게 또 정치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윤 대통령은 야당과 술과 식사로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현직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식사 정치는 그동안 '우리편' '우리끼리'에 제한됐다. 앞으로 야당 상대로도 식사를 하며 정국의 돌파구를 찾아내길 기대해본다. 물론 통합과 협치를 위해 거대 야당도 마음을 열고 나서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박수진 논설위원
한 유명 카메라 CF의 카피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 공식에 대입하면 아마 '식도락가''애주가' 쯤 되지 않을까. 그가 언론에 노출된 모습 대부분이 식사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식사 정치'로 불린다. 채 1년이 되지 않은 짧은 정치 경력이지만, 고비 때마다 술과 식사를 통해 나갈 길을 찾고,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그의 식사 자리는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다. 지난해 초 검찰총장을 그만둔 후 정계 진출을 저울질하며 정진석 권성동 등 국민의힘 중진들과의 밥을 먹었고,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이준석 대표와 치맥회동을 했다.입당해서는 당내 인사들과 선수별로 나눠 식사를 같이 했다. 이 대표와 선거대책위 인선을 놓고 갈등을 빚을 때는 울산 술자리 후 포옹으로 마무리짓는 모습을 연출해냈다. 코로나 시국에 술자리를 너무 자주한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또 대통령 당선후엔 남대문에서 국밥으로 시장 상인들과 첫 일정을 소화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이 무산된 후 인수위측 인사들과 환하게 웃으며 김찌치게집으로 향했다.
서민적인 음식만 찾는 것도 포인트다. 주 메뉴가 김치찌개나 육계장, 꼬리곰탕, 짬뽕, 파스타, 샌드위치 같이 어디서나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음식이고, 술도 소주 아니면 맥주다. 윤 대통령은 이런 식사 일정에다 집밥 요리 실력, 반려견과의 산책 등을 더해 자신의 엘리트 이미지를 중화시킨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검찰에서도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소탈한 식사 사진들을 통해 그가 언제든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고, 소통이 가능한 옆집 아저씨 같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확실히 전임들과 차별화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혼술·혼밥을 즐겼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혹시 혼밥하시지 않는가”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중국 방문기간 중에도 혼밥을 해서 비판을 듣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공식 행사를 빼고는 혼밥했다는 게 정설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혼밥 안하기, 뒤에 숨지 않기 두가지는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또 “야당 인사, 언론인, 격려가 필요한 국민 등 여러 사람들과, 필요하다면 두 끼를 먹더라도 밥 먹으며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당선후 취임까지 두 달간 야당 인사들을 만나지 않았다. 대신 전국을 돌며 당선 인사를 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이 취임전까지 야당과 자유롭게 접촉할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윤 대통령의 소통과 협치 노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통합과 협치, 소통의 가치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자유와 성장을 강조했을 뿐 통합과 소통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통합은 너무 당연한 얘기여서 안했다고 했다. 소통이나 통합 노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라가 누란지위(累卵之危) 상태다.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重苦)이고, 그동안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무역수지까지 3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는 등 복합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북핵 사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유례없는 의석 차이를 보이는 '여소야대' 구도는 이런 난국을 더 어려운 상태로 내몰 변수중 하나다.
여야가 내달 1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내각 청문회 등 곳곳에서 극한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 상황을 풀어내는 게 또 정치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윤 대통령은 야당과 술과 식사로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현직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식사 정치는 그동안 '우리편' '우리끼리'에 제한됐다. 앞으로 야당 상대로도 식사를 하며 정국의 돌파구를 찾아내길 기대해본다. 물론 통합과 협치를 위해 거대 야당도 마음을 열고 나서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박수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