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그린란드·하와이…전세계 망원경 8대로 찾은 우리 은하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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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서 블랙홀 ‘궁수자리A’(사진)가 사상 처음으로 관측됐다. 전세계 80개 기관 300여명의 천문학자들이 모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의 결과다. 블랙홀 관측 이후 궁금증을 정리했다.
사람의 눈은 물체가 반사한 빛을 받아들여 사물을 인식한다. 블랙홀은 너무 강력한 중력 때문에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다.
EHT는 이에 블랙홀의 안과 밖을 나누는 넓은 경계지선을 관측한다. 어떤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빛의 속도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며 끌려 들어간다.
이때 발생한 마찰이 유발한 강력한 빛이 원반 모양으로 밝게 빛난다. 이 원반의 모양이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왜곡되는 모습 등을 분석해 블랙홀을 확인한다.EHT 연구진은 12일 밤 10시(한국시간) 진행된 국제 온라인 발표를 통해 “관측 영상에는 블랙홀 주위에 빛나는 가스와 밝은 고리 형태의 구조, 그리고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이 명백하게 나타난다”며 “연구진은 태양보다 400만배 무거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EHT팀은 전세계 곳곳에 있는 초고성능 전파망원경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지구 북쪽 끝 덴마크의 그린란드 전파망원경(GLT)부터 남극 망원경(SPT), 미국 하와이 망원경(JCMT), 칠레 망원경(ALMA·사진) 등 8개 망원경을 동원했다. 연구진은 망원경들의 초점을 우리 은하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별자리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사이의 하늘에 맞춰 동시에 수천장 촬영했다.
이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1대의 망원경으로 촬연한 것처럼 합성해 분석했다. 거대한 행성 크기의 직경을 가진 전파망원경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하루 350TB(테라바이트)의 자료를 확보했으며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원자시계까지 동원했다.
천문연은 또 한국이 서울 연세대와 울산 울산대, 제주 중문 등에 보유한 3기의 전파망원경을 활용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해 궁수자리A 블랙홀의 구조가 원형에 가까움을 확인했다. 다음 연구부터는 관여도를 높일 예정이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한국천문연은 ALMA, JCMT 망원연 참여를 넘어 KVN이 직접 EHT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HT는 2019년 4월 M87 블랙홀을 관측한 바 있다.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이번에 관측된 궁수자리A 블랙홀은 M87과 비교해 2000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질량이 태양의 430만배에 불과해, M87 블랙홀(태양 질량의 65억배)보다 훨씬 작은 데다 두꺼운 가스와 먼지 구름에 가려져 있어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M87 블랙홀 주변의 가스 구름이 공전하는데는 최대 수주일이 걸리는데 비해 궁수자리A 블랙홀 주변의 가스 구름은 단 몇 분만에 공전했다.EHT 연구진은 “빠르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선명하게 촬영하는 것 만큼 어려운 관측”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람의 눈은 물체가 반사한 빛을 받아들여 사물을 인식한다. 블랙홀은 너무 강력한 중력 때문에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다.
EHT는 이에 블랙홀의 안과 밖을 나누는 넓은 경계지선을 관측한다. 어떤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빛의 속도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며 끌려 들어간다.
이때 발생한 마찰이 유발한 강력한 빛이 원반 모양으로 밝게 빛난다. 이 원반의 모양이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왜곡되는 모습 등을 분석해 블랙홀을 확인한다.EHT 연구진은 12일 밤 10시(한국시간) 진행된 국제 온라인 발표를 통해 “관측 영상에는 블랙홀 주위에 빛나는 가스와 밝은 고리 형태의 구조, 그리고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이 명백하게 나타난다”며 “연구진은 태양보다 400만배 무거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망원경은 무엇을 썼나?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의 공식명칭은 ‘궁수자리A’이다. 지구로부터 2만7000광년 떨어져 있다.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하게 변하고 영상이 심하게 번졌다. 이처럼 먼 거리에 있는 블랙홀을 선명하게 관측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구 행성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존의 이론이다.이에 EHT팀은 전세계 곳곳에 있는 초고성능 전파망원경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지구 북쪽 끝 덴마크의 그린란드 전파망원경(GLT)부터 남극 망원경(SPT), 미국 하와이 망원경(JCMT), 칠레 망원경(ALMA·사진) 등 8개 망원경을 동원했다. 연구진은 망원경들의 초점을 우리 은하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별자리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사이의 하늘에 맞춰 동시에 수천장 촬영했다.
이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1대의 망원경으로 촬연한 것처럼 합성해 분석했다. 거대한 행성 크기의 직경을 가진 전파망원경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하루 350TB(테라바이트)의 자료를 확보했으며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원자시계까지 동원했다.
○한국연구진의 역할은 무엇?
한국천문연구원 등에 속한 9명의 한국 연구진은 EHT팀과 함께 칠레 ALMA 망원경, 하와이 JCMT 망원경 운영 및 블랙홀 영상화 과정에 참여했다.천문연은 또 한국이 서울 연세대와 울산 울산대, 제주 중문 등에 보유한 3기의 전파망원경을 활용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해 궁수자리A 블랙홀의 구조가 원형에 가까움을 확인했다. 다음 연구부터는 관여도를 높일 예정이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한국천문연은 ALMA, JCMT 망원연 참여를 넘어 KVN이 직접 EHT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궁수자리A는 특징은?
EHT는 2019년 4월 M87 블랙홀을 관측한 바 있다.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이번에 관측된 궁수자리A 블랙홀은 M87과 비교해 2000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질량이 태양의 430만배에 불과해, M87 블랙홀(태양 질량의 65억배)보다 훨씬 작은 데다 두꺼운 가스와 먼지 구름에 가려져 있어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M87 블랙홀 주변의 가스 구름이 공전하는데는 최대 수주일이 걸리는데 비해 궁수자리A 블랙홀 주변의 가스 구름은 단 몇 분만에 공전했다.EHT 연구진은 “빠르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선명하게 촬영하는 것 만큼 어려운 관측”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