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 가보니…"동네 정겨움이 그대로"[안정락의 스타트업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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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밀러 의자, 스탠딩 책상 제공
대표도 직원과 똑같은 공간서 업무
자율 기반 무제한 휴가제 도입
당근마켓은 임직원 모두에게 총 150억원 규모의 주식을 증여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증여 대상은 당근마켓뿐만 아니라 당근페이·당근서비스 등 자회사와 해외법인 임직원 등 300여 명이다. 이들은 직급·직책에 관계없이 근무 개월 수를 감안해 주식을 받았다. 1인당 평균 5000만원 상당이다.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유명한 ‘당근마켓’은 최근 이 같은 뉴스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소식일 것입니다. 당근마켓은 '당근하다'(당근마켓에서 거래하다)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이웃 간 중고 물품 거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식 증여는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의 사재 출연으로 이뤄졌다. 주식을 받은 임직원은 행사 기간에 대한 별도의 구속력 없이 증여와 동시에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회사가 커지면서 지난해 5월 신논현역과 붙어 있는 강남교보타워 빌딩으로 본사를 옮겼습니다. 강남교보타워는 바로 직전에 '스타트업 탐방'에서 소개했던 에이블리 사무실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두 회사의 분위기와 색채는 달랐습니다. 에이블리는 세련된 느낌이라면, 당근마켓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했습니다.당근마켓은 강남교보타워 10층과 11층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 직원 수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12층도 공사 중이라고 하네요. 각 층당 2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400명 정도까지 일할 수 있고, 12층이 완공되면 600명까지 일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당근마켓 직원 수는 2020년 1월 1일 기준으로 45명 정도였고, 2020년 12월에는 두 배 정도인 107명, 지난해 5월 기준으로는 180여 명, 현재 2022년 5월에는 300여 명 정도라고 합니다.)당근마켓 사무실의 가장 큰 특징은 1~2인 부스가 꽤 많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등으로 화상회의가 늘어난 것도 이유이고, 1 대 1 면담 등을 위한 공간을 늘린 것도 이유라고 합니다.당근마켓의 회의실은 다양합니다. 2인실부터 16인실까지 구성돼 있고, 모든 회의실은 화상회의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회의실 이름도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답죠. 이곳은 '주민센터'란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각 회의실 이름은 집 주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점과 시설물의 이름을 따왔다고 하네요. 또 기억하기 쉽도록 해당 공간의 물리적 특성도 반영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모퉁이 돌아서 있는 회의실은 '모퉁이집', 사이에 끼어 있는 회의실은 '틈새시장', 스튜디오는 '사진관', 사무용품 데스크는 '공방' 등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또 회의실에는 살짝 비치는 하얀색 커튼을 달아서 원하는 만큼만 가릴 수 있도록 했고요. 이를 통해 더 안락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위는 직원들의 개인 책상이 있는 업무 공간입니다. 팀 간 자유로운 협업과 이동이 편하도록 칸막이가 없는 오픈형 책상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별도의 임원실이 없고,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일한 사무 공간을 받는다고 합니다.여기 선풍기 있는 오른쪽 데스크가 무려 김용현 대표 자리라고 하네요. 통로 쪽이라 불편해 보이는 자리였는데 말이죠 ㅎㅎㅎ (김 대표는 지금은 해외 사업을 위해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이거 아시죠? 저번 에이블리 사무실에서도 봤던 허먼밀러 의자입니다. 당근마켓 직원들도 대부분 이 의자를 쓰고 있더군요. 네이버, 카카오, 야놀자,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 등도 이 의자를 도입했다고 하죠. 저가 모델이 하나에 최소 100만원이 넘는 제품입니다. 일반적으로 150만~250만원 정도 제품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당근마켓 사무실 데스크는 모두 스탠딩 책상이기도 합니다. 저도 꽤 부러웠는데요. 아무래도 장시간 책상 앞에 있으면 허리가 아픈 경우가 많은데 스탠딩 책상이 있으면 건강에 도움이 될 거 같네요.사무실 한쪽에는 이런 스튜디오 공간도 있습니다. 각종 상품 촬영 등을 이곳에서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사내에 구역을 표시할 때 이렇게 '둘레길', '오솔길'과 같은 표현을 하는 것도 당근마켓다웠습니다.사내 휴게공간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현재 쓰고 있는 10층(A, B동)과 11층(A, B동) 총 4개 블록마다 모두 독립적인 라운지를 갖고 있습니다. 라운지 주변으로 스낵바와 키친이 있어 간단한 끼니를 해결할 수 있고요.요즘 잘나가는 스타트업 사무실의 특징은 '먹는 것에 진심'이 아닌가 하네요. 당근마켓도 라운지 스낵바에서 편의점급 과자와 음료수 등이 무한으로 제공됩니다. 점심식사 역시 비용 제한 없이 지원한다고 합니다. 라운지 뒤편에는 아늑한 커튼이 드리워진 안마의자실이 마련돼 있습니다. 안마의자실은 '나무그늘'이란 이름을 붙였더군요.
메인 라운지 한쪽에는 아래와 같은 미니짐(체육관)도 있습니다.저는 10층과 11층의 A-B동 사이 통로 공간도 참 마음에 들었는데요. 아래와 같이 편안한 소파를 설치해서 바깥을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놨더라고요. 제가 방문한 날은 날씨도 꽤 좋아서 멀리 롯데월드타워까지 뚜렷이 보였습니다.이 킥보드는 편하게 A동과 B동 사이를 오가고 싶어 하는 직원들을 위해 설치해 놨다고 합니다. (사실 걸어가도 30초도 안 걸릴 정도지만 나름 재미를 더한 게 아닐까 합니다.)
당근마켓 본사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당근마켓 비전인 '동네 커뮤니티'를 곳곳에 재현한 공간. 이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철학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사무실.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당근마켓은 어떤 회사?
당근마켓은 2015년 설립됐습니다. 현재 월간 이용자 수는 1800만 명, 가입자 수는 2300만 명을 확보했습니다.지난해 8월 1789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액 2270억원을 기록하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작년 투자 과정에서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으며 전년 대비 10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죠.최근에는 국내와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글로벌 서비스 전략으로 캐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거점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뚜렷한 수익 모델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매출 257억원, 영업손실 352억원을 기록했죠. 매출은 전년 대비 163.5% 올랐지만, 영업손실 역시 2배 이상 커졌습니다. 하지만 급성장한 대부분의 플랫폼 서비스들이 그랬듯이 당근마켓도 고유의 수익 모델을 찾아 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당근마켓의 기업 문화는 ‘자율’과 ‘책임’에 기반하고 있다고 합니다. 복지 제도도 파격적인데요. 대표적으로 ‘무제한 자율 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휴가 일수에 제한이 없다고 하네요. 별도의 승인도 필요 없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휴가 문제로 누군가가 회사에서 잘린다거나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자율과 책임을 지켜나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자율 휴가와 함께 ‘자율 식비’도 당근마켓 초기부터 자리를 잡았던 문화라고 합니다. 자율 식비는 단순히 식비, 간식비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동료들이 함께하는 식사나 간식 시간은 팀워크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인 만큼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 도서 구입비 등도 비용 제한 없이 지원한다고 합니다.
오늘(5월 16일) 들어온 소식인데요. 당근마켓은 예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개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썸머테크 인턴십’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하네요.지원은 오늘부터 5월 22일까지 당근마켓 공식 사이트 내 채용공고 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모집 분야는 프론트엔드, 백엔드 개발 2개 직군이고, 합격자는 6월 15일에 발표한다고 합니다. 인턴십 활동은 6월 27일부터 8월 26일까지 2개월간 진행한다고 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