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리보세라닙' 볕들까…수익성 악화 셀트리온은 급락[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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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5월 9~13일 주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종목은 에이치엘비입니다. 13일에만 주가가 25.74% 급등했습니다. 일주일 상승률은 47.31%에 이릅니다. 지난 6일 2만9950원에 장을 마쳤던 에이치엘비 주가는 13일 4만2500원까지 올랐습니다.주가를 밀어올린 건 핵심 항암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톱 라인 결과입니다.
에이치엘비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고 12일 저녁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는 향후 국제 학회에서 내놓겠다고 했습니다.에이치엘비는 중국 항서제약의 PD-1 계열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리보세라닙을 간암 환자에게 병용 투여하는 1차 치료제로 2019년부터 임상 3상을 해왔습니다.
리보세라닙은 암 형성에 관여하는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원리의 경구용 항암제입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임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인 전체 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습니다. 1차 유효성 지표는 신약 후보물질이 가장 핵심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치료 효능입니다. 에이치엘비는 기존에 허가를 받아 투여되고 있는 간암 1차 치료제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와 효능을 비교했습니다.
1차 지표를 충족했다는 소식에 에이치엘비는 물론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29.95%), 에이치엘비제약(25.0%)도 13일 덩달아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리보세라닙은 제약 바이오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약물입니다.2019년 말기 위암 대상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를 만족하지 못하며 주가가 급락한 적이 있습니다. 최종 관문에서 1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으니 시장의 실망감도 컸습니다.
더 극적인 건, 임상 실패로 주가가 급락한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유럽종양학회(ESMO)가 리보세라닙의 위암 치료 효능에 주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폭을 회복하고도 남을 정도로 급반등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죠.
우여곡절이 많은 약물이지만, 이번 간암 글로벌 3상 임상 결과가 최종 확정된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에이치엘비는 간암 외에도 지난 2019년 1차 지표 달성에 실패했던 말기 위암 3차 치료제 임상 3상 데이터에 대한 보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1차 지표 불충족에도 불구하고 "FDA 요청에 따른 보완 작업"이라는 게 회사 설명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FDA 승인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위암으로는 간암과 달리 단독 투여를 했습니다.
이밖에 선양낭성암으로도 임상 2상을 최근 마쳤습니다.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또 한 번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리보세라닙은 에이치엘비가 직접 발굴한 후보물질은 아닙니다. 에이치엘비가 리보세라닙을 품은 과정도 꽤나 복잡합니다.
리보세라닙은 중국계 미국인 연구자인 폴 첸 박사가 설립한 어드밴첸연구소에서 2004년 도출된 물질입니다. 그 해 중국 항서제약이 중국 지역에 대한 사업권(특허권은 어드벤첸연구소가 유지)을 사들였습니다.
2007년에는 미국 LSKB라는 곳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권을 사들입니다. 이때만 해도 에이치엘비와 리보세라닙은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연결고리가 생긴 건 2009년입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에이치엘비의 전신이 되는 회사를 인수했는데, 마침 이 회사가 LSKB에 지분 투자를 해놓았던 겁니다.
바이오 분야에 경험이 없던 진 회장은 이때부터 LSKB가 보유하고 있던 리보세라닙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투자도 확대합니다. 그러던 중 2014년 중국 사업권을 가져간 항서제약이 리보세라닙으로 위암을 적응증으로 현지 규제당국으로부터 품목 승인을 받아냅니다.
중국에서 리보세라닙이 승인을 받자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본 진 회장은 2019년 미국 회사인 LSKB를 당시로서는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M&A 기법인 '삼각합병'으로 아예 100% 자회사로 편입합니다. 그리고 이름을 엘레바 테라퓨틱스로 바꿉니다. 에이치엘비와 리보세라닙이 한 몸이 된 겁니다.
2020년 에이치엘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드밴첸연구소로부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특허권을 모두 가져오게 됩니다.
항서제약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리보세라닙(중국 약물명 아파티닙)에 대한 로열티를 에이치엘비가 올해부터 수령하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이번에 성공한 간암 외에도 폐암과 위암, 유방암으로도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글로벌 임상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주 가장 '콜드'했던 종목은 셀트리온입니다. 주가가 16만9500원(6일)에서 14만5000원(13일)로 14.45% 하락했습니다.
12일 장 종료 후 발표된 1분기 실적이 악재였습니다. 이날 4.63% 하락한 데 이어 13일에도 6.15% 급락했습니다.
셀트리온은 1분기에 매출 5506억원 영업이익 1423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20.5% 늘었지만 문제는 영업이익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32.1% 줄어들며 시장 예상치를 30% 가까이 밑돌았습니다. 영업이익률은 45.9%에서 25.8%로 뚝 떨어졌습니다.
수익성 악화 원인을 요약하면 '마진이 낮은 제품군의 판매 확대'입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27%), 진단키트(22%), 케미칼 의약품(18%)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 모두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입니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판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폈고,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우리도 가격을 인하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수익성이 좋은 램시마SC(기존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형), 유플라이마,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매매출은 미미했습니다.
셀트리온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글로벌 판매 전략을 직접 판매 체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현지 파트너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해 중간 마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유럽에 출시한 5개 품목 모두를 하반기부터 직접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3개 제품은 직판 체제로 일찌감치 전환을 했고, 올 하반기부터는 나머지 2개 제품에 대해 직접 판매를 합니다.
미국에서도 기존 출시 제품은 현 체제를 유지하되 새롭게 출시하는 제품부터는 직접 판매할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아무래도 현지에 탄탄한 네트워크가 있는 파트너사를 쓰지 않으면 마케팅 파워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보니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참고로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파트너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합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에이치엘비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고 12일 저녁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는 향후 국제 학회에서 내놓겠다고 했습니다.에이치엘비는 중국 항서제약의 PD-1 계열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리보세라닙을 간암 환자에게 병용 투여하는 1차 치료제로 2019년부터 임상 3상을 해왔습니다.
리보세라닙은 암 형성에 관여하는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원리의 경구용 항암제입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임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인 전체 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습니다. 1차 유효성 지표는 신약 후보물질이 가장 핵심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치료 효능입니다. 에이치엘비는 기존에 허가를 받아 투여되고 있는 간암 1차 치료제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와 효능을 비교했습니다.
1차 지표를 충족했다는 소식에 에이치엘비는 물론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29.95%), 에이치엘비제약(25.0%)도 13일 덩달아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리보세라닙은 제약 바이오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약물입니다.2019년 말기 위암 대상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를 만족하지 못하며 주가가 급락한 적이 있습니다. 최종 관문에서 1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으니 시장의 실망감도 컸습니다.
더 극적인 건, 임상 실패로 주가가 급락한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유럽종양학회(ESMO)가 리보세라닙의 위암 치료 효능에 주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폭을 회복하고도 남을 정도로 급반등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죠.
우여곡절이 많은 약물이지만, 이번 간암 글로벌 3상 임상 결과가 최종 확정된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에이치엘비는 간암 외에도 지난 2019년 1차 지표 달성에 실패했던 말기 위암 3차 치료제 임상 3상 데이터에 대한 보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1차 지표 불충족에도 불구하고 "FDA 요청에 따른 보완 작업"이라는 게 회사 설명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FDA 승인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위암으로는 간암과 달리 단독 투여를 했습니다.
이밖에 선양낭성암으로도 임상 2상을 최근 마쳤습니다.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또 한 번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리보세라닙은 에이치엘비가 직접 발굴한 후보물질은 아닙니다. 에이치엘비가 리보세라닙을 품은 과정도 꽤나 복잡합니다.
리보세라닙은 중국계 미국인 연구자인 폴 첸 박사가 설립한 어드밴첸연구소에서 2004년 도출된 물질입니다. 그 해 중국 항서제약이 중국 지역에 대한 사업권(특허권은 어드벤첸연구소가 유지)을 사들였습니다.
2007년에는 미국 LSKB라는 곳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권을 사들입니다. 이때만 해도 에이치엘비와 리보세라닙은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연결고리가 생긴 건 2009년입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에이치엘비의 전신이 되는 회사를 인수했는데, 마침 이 회사가 LSKB에 지분 투자를 해놓았던 겁니다.
바이오 분야에 경험이 없던 진 회장은 이때부터 LSKB가 보유하고 있던 리보세라닙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투자도 확대합니다. 그러던 중 2014년 중국 사업권을 가져간 항서제약이 리보세라닙으로 위암을 적응증으로 현지 규제당국으로부터 품목 승인을 받아냅니다.
중국에서 리보세라닙이 승인을 받자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본 진 회장은 2019년 미국 회사인 LSKB를 당시로서는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M&A 기법인 '삼각합병'으로 아예 100% 자회사로 편입합니다. 그리고 이름을 엘레바 테라퓨틱스로 바꿉니다. 에이치엘비와 리보세라닙이 한 몸이 된 겁니다.
2020년 에이치엘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드밴첸연구소로부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특허권을 모두 가져오게 됩니다.
항서제약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리보세라닙(중국 약물명 아파티닙)에 대한 로열티를 에이치엘비가 올해부터 수령하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이번에 성공한 간암 외에도 폐암과 위암, 유방암으로도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글로벌 임상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주 가장 '콜드'했던 종목은 셀트리온입니다. 주가가 16만9500원(6일)에서 14만5000원(13일)로 14.45% 하락했습니다.
12일 장 종료 후 발표된 1분기 실적이 악재였습니다. 이날 4.63% 하락한 데 이어 13일에도 6.15% 급락했습니다.
셀트리온은 1분기에 매출 5506억원 영업이익 1423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20.5% 늘었지만 문제는 영업이익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32.1% 줄어들며 시장 예상치를 30% 가까이 밑돌았습니다. 영업이익률은 45.9%에서 25.8%로 뚝 떨어졌습니다.
수익성 악화 원인을 요약하면 '마진이 낮은 제품군의 판매 확대'입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27%), 진단키트(22%), 케미칼 의약품(18%)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 모두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입니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판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폈고,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우리도 가격을 인하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수익성이 좋은 램시마SC(기존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형), 유플라이마,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매매출은 미미했습니다.
셀트리온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글로벌 판매 전략을 직접 판매 체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현지 파트너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해 중간 마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유럽에 출시한 5개 품목 모두를 하반기부터 직접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3개 제품은 직판 체제로 일찌감치 전환을 했고, 올 하반기부터는 나머지 2개 제품에 대해 직접 판매를 합니다.
미국에서도 기존 출시 제품은 현 체제를 유지하되 새롭게 출시하는 제품부터는 직접 판매할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아무래도 현지에 탄탄한 네트워크가 있는 파트너사를 쓰지 않으면 마케팅 파워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보니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참고로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파트너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합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