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쏟아지는 OTT콘텐츠…'2배속으로 소비'하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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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映を早送りでる人たち)》은 콘텐츠 소비의 대세로 자리 잡은 배속 시청의 원인과 결과를 진단한 책이다. DVD 잡지 편집장을 거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나다 도요시는 콘텐츠 시장을 향해 쓰나미처럼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를 소개한다. ‘왜 요즘 젊은 세대는 영화나 영상을 빨리 감기로 재생하면서 보는가?’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된 취재는 콘텐츠 시장의 절박함과 위기감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2021년 3월 일본의 한 리서치 회사(크로스 마케팅)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69세 남녀의 34.4%가 배속 시청을 한 경험이 있었다. 20대 남성의 54.5%, 20대 여성의 43.6%가 배속 시청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30대(남성 35.5%, 여성 32.7%), 40대(남성 31.8%, 여성 25.5%)와 비교해 젊은 세대의 배속 시청 경험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은 그 원인을 세 가지로 지목하고 있다. 영상 작품의 과다 공급, 영상 소비 패턴의 변화, 그리고 소위 ‘타이파’라고 불리는 시간 가성비다. 타이파는 타임 퍼포먼스(time performance)의 약자로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신조어다.
젊은 세대의 영상 소비 패턴 변화는 콘텐츠 시장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OTT에 올라온 다양한 영상을 ‘작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은 영상을 ‘콘텐츠’라고 부르고 오락처럼 즐긴다. 작품은 감상하는 대상이지만 콘텐츠는 소비하는 대상이다. 콘텐츠(contents)라는 영어 단어에는 이미 ‘내용물’이나 ‘용량’과 같은 의미가 포함돼 있고, 단시간에 대량으로 소비할 때 얻는 만족감과 쾌감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책은 ‘감상’과 ‘소비’의 차이를 음식에 비유한다. 감상이 음식을 그 자체로 천천히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면 ‘소비’는 음식을 실속 있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섭취하는 것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