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코로나로 멍해졌다면…여행으로 뇌 자극하라

팬데믹 브레인

정수근 지음
부키
260쪽│1만6800원
팬데믹, 남극 기지, 우주 정거장의 공통점은? 좁은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몇몇 사람과 오랫동안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코로나19 연구자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격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장기간의 사회적 격리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 건강을 변화시킨다.

팬데믹은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팬데믹 브레인》은 코로나19가 우리 뇌와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래서 어떤 대책을 세우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인 정수근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뇌와 마음에 끼친 영향에 대한 심리학, 뇌과학, 신경과학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먼저 코로나19에 걸리면 뇌가 손상되는지에 관한 최신 연구를 분석한다. 코로나19에 걸리면 후각 상실 외에 기억력 감퇴, 피로감,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한 것처럼 멍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브레인 포그’ 증상을 겪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를 직접 공격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뇌가 손상을 입거나 특정 영역의 부피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위중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확진자가 이런 증상을 겪었다. 피로나 인지 기능 저하는 코로나19 감염 후 7개월이 지난 뒤에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팬데믹이 끝나면 손상된 뇌와 인지 기능은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코로나19 여파가 우리 뇌에 평생 남을까? 뇌는 경험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데 이를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뇌의 가소성 때문에 팬데믹이 종식되고 나면 뇌가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신선한 경험과 다양한 자극이 이뤄지면 인간의 뇌가 변화한다. 특히 여행은 뇌를 자극하는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한 정보의 종합선물 세트다. 저자는 다른 언어를 배우거나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거나 생소한 취미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뇌에 적절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