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롤렉스 '수백만원 웃돈'이 사라졌다

명품 리셀가격, 코로나 이후 첫 하락

샤넬백 1300만원→1100만원대
되팔아도 본전 안돼

매물 늘며 희소성 '뚝'
위험자산 회피 겹쳐 가격 조정
< 붐비던 곳인데… > 코로나19 유행 이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명품시장의 열기가 리셀시장을 중심으로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해외여행길이 다시 열리자 명품으로 향하던 수요가 분산되면서다. 시민들이 13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을 지나가고 있다. /허문찬 기자
명품 리셀(되팔기) 시장에서 롤렉스, 샤넬 같은 최고급 명품 가격 하락세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시점을 즈음해 세계적으로 온라인 리셀 거래가 활성화한 이후 이들 브랜드가 수개월간 뚜렷하게 조정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13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롤렉스 가운데 유통량이 가장 많아 명품 시계 가격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검정)는 지난해 12월 온·오프라인 리셀 시장에서 2023만원에 거래돼 정점을 찍었다. 이후 올해 초 하락 반전해 지금은 10%가량 떨어진 1800만원 선(정가 1290만원)에 팔리고 있다.
롤렉스의 리셀 가격은 지난 2년여간 제품별로 평균 50%가량 상승했다. 리셀 및 리테일(백화점, 면세점) 시장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지속해서 상향 조정돼 소비자 사이에서는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인식이 굳어졌을 정도다. 10년째 명품 시계를 거래하는 JJ워치 대표는 “최근 리셀 시장에 롤렉스 공급이 크게 늘었는데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급격하게 조정받았다”며 “업계 종사자와 소비자들이 오랜 기간 보지 못하던 움직임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샤넬 핸드백도 비슷한 흐름이다. ‘샤넬 클래식 더블 플랩’은 리셀 가격이 최고였던 작년 12월 1300만원 선에 팔렸다. 지금은 10% 이상 떨어져 정가(1190만원)와 비슷한 11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명품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하늘길이 활짝 열리면 매출 증가 추세가 꺾이는 등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명품과 비슷한 이유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골프업계 등도 명품 시장의 추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MZ세대가 명품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이유 중 하나”라며 “최근 글로벌 자산시장의 조정 움직임도 명품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