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대체 몇 번째냐"…팬데믹 막판에도 물린 개미들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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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관련 테마에 수년째 요동치는 증시일동제약의 주가 급등락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경구용(먹는 알약)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 때문입니다. 앞서 출시된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이 후보물질이 조만간 일본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을 것이란 기대도 부풀고 있습니다.
최근 일동제약 주가 '롤러코스터'
"다른 R&D 성과도 기대"
"고점 물린 테마주, 가치주 안 돼"
일동제약·시오노기제약의 코로나19 신약 개발 성공이 모든 일동제약 주주들의 투자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보통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기대감이 집중되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지만, 정작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나면 시장의 수익성 평가가 이뤄지며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나오곤 합니다.또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진 뒤 국내에서도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이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만 남겼습니다. 이미 일동제약의 주가도 고점 대비 크게 빠진 상태입니다.
고점서 40% 빠지는 동안…개인이 386억원 어치 담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일동제약은 4100원(9.84%) 오른 4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 후보 S-217622의 일본 조건부 허가를 막고 있던 법률의 개정안이 참의원에서 의결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았지만, 지난달 4일의 종가 기준 고점 7만5500원 대비로는 39.40%가 하락한 수준입니다.코로나 치료제 개발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인 작년 10월 종가 1만4050원과 비교하면 지난 13일의 종가는 225.62% 상승한 수준입니다.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도 올해 3월 말부터 크게 움직였습니다. 지난 3월24일에는 1만2600원이던 주가가 한 달만에 5만1900원(4월25일)으로 311.9%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5월13일에는 4만6900원으로 고점 대비 9.63% 빠졌습니다.
고점에서 조정받는 동안 개인들은 주식을 대거 사들였습니다. 4월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개인은 일동제약 주식을 386억4200원 어치 순매수했습니다. 평균 매수가는 5만5980원으로 지난 13일 종가와 비교하면 18.27%의 손실을 떠안고 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도 일동제약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매수 규모는 각각 3억3500만원과 19억400만원에 그칩니다.
증권·보험·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제외한 일반법인의 매매가 집계되는 ‘기타법인’이 419억4500만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선 테마주들 현재 주가, 고점 대비 최대 85%↓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후 크게 하락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미 다른 용도로 처방되고 있는 의약품을 코로나19 치료제로도 사용하겠다며 개발에 나선 ‘약물 재창출’ 방식이 가장 많았죠.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건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일 겁니다. 아직 코로나19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중이지만, 이미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든 탓에 신풍제약의 주가는 고점인 19만8000원(2020년 9월20일) 대비 85.93% 하락한 2만7850원로 지난 13일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외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던 녹십자 △간염 치료제 ‘레보비르(클레부딘)’의 약물 재창출에 나선 부광약품 △러시아 제약사가 코로나19 대상 임상 3상을 진행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라도티닙)’의 원개발사 일양약품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나파모스타트)’로 약물 재창출을 시도한 종근당 △췌장염 치료 성분 카모스타트를 코로나19 치료제용으로 다시 개발해 임상 시험에 나섰던 대웅제약 등도 주가가 급등했다가 크게 빠진 상태입니다.지난 13일 종가를 각 회사의 종가 기준 고점과 비교하면 녹십자는 작년 1월26일의 50만5000원 대비 63.96%가, 부광약품은 2020년 7월23일의 3만7968원 대비 71.69%가, 일양약품은 2020년 7월21일의 9만7600원 대비 75.92%가, 종근당은 2020년 12월21일의 23만7655원 대비 61.33%가, 대웅제약은 2020년 12월21일의 27만5500원 대비 38.84%가 각각 하락했습니다.
이 기업들은 현재 개발을 멈췄거나 임상시험 규모를 줄이는 등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동제약 “5월말 일본서 조건부허가 기대”
일동제약은 앞서 코로나19 치료제로의 개발이 추진되다가 유야무야된 후보물질들과 S-217622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이미 경구용 치료제로 판매되고 있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같은 메커니즘을 가진 데다, 이달 말께는 일본에서의 조건부 허가도 기대된다는 겁니다.실제 시오노기제약은 지난 2월25일 일본 의약품당국(PMDA)에 S-217622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부터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지 두달 넘게 지났지만 허가가 막혀 있던 건 해외에서 사용된 약에 대해서만 조건부 허가를 내주도록 하는 일본의 법 때문입니다. 이에 일본에서는 유효성이 추정되는 신약의 사용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고, 중의원 통과에 이어 지난 13일 참의원에서도 의결됐습니다.
일본에서 S-217622의 조건부 허가가 이뤄지면 국내 허가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만약 S-217622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는 데 성공한다면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대비 복용 편의성이 나아 국내에서 상당한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발 순항 중인데 주가 못 오르는 이유는…
S-217622의 개발이 순항 중인데, 정작 일동제약의 주가는 강하게 반등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에도 장중에는 5만300원(직전 거래일 대비 20.77% 상승)까지 올랐다가 상승분을 절반 넘게 토해냈습니다.시장이 신약 개발 이후 수익성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동제약의 지난 1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2263억원으로, 작년 10월 종가 기준 시가총액 3766억원 대비 8497억원(225.62%) 많은 수준입니다. 그간의 주가 상승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만 의존한 것으로 가정 하에 지난 13일 종가를 정당화하려면 일동제약이 S-217622을 허가받아 기존에 하던 사업의 2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 걸로 계산되는군요.상당수 신약 개발에 성공한 회사들이 이런 계산에 따른 주가 하락을 겪습니다.
여기에 S-217622은 이미 시판되고 있는 팍스로비드나 MSD의 몰누피라비르와도 경쟁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편의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미 코로나19의 풍토병화(엔데믹)가 진행되며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나라가 많아졌잖아요. 올 가을 다시 코로나19가 유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긴 하지만, 경구 치료제 시장이 획기적으로 커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일동제약 측은 이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2019년부터 신약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기에 조만간 다른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과도 기대되며, 이런 부분도 현재 주가에 반영돼 있을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합니다. 현재 주가 수준이 S-217622 개발 기대감에 의한 오버슈팅(이슈로 인한 과도한 주가 변동)이 아니라는 겁니다.반면 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일부 투자자의 경우 테마주 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떠안게 되면, 갑자기 그 기업의의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가치투자자로 돌변한다”며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합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