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 "히트곡 걱정 있지만, 최대한 즐겁게 노래"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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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송가인 인터뷰(인터뷰①에 이어) 가수 송가인이 히트곡을 내야 한다는 걱정이 있다고 고백했다. 다만 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정통 트로트는 물론 새 트로트 장르에 대한 다채로운 아이디어도 내며 소신껏 도전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70대 분들도 스밍에 투표…어르신들의 아이돌"
"히트곡 나와야 하는데…다 때가 있지 않나"
"50주년 될 때까지 열심히 달려가겠다"
송가인은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며 트로트 대중화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15년 국악인 경력이 있는 그는 세미 트로트가 아닌 정통 트로트로 승부수를 띄웠고, 한(恨) 그 이상의 울림으로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했다.송가인은 당시를 떠올리며 "운이 따랐고,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통 트로트를 가지고 나갔기 때문에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기대도 안 하고 나간 프로그램에서 덜컥 1등을 한 거였다.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다시 트로트 붐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말 사람은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로 인해서 선배님들도 예능에 나가시는 걸 보니 좋더라. 예능에 선배님들이 계시면 든든하고 또 뿌듯하기도 하다. '내가 트로트 시대에 한 획을 그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자랑스럽다. 후배들한테도 존경받을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졌다. 어느 무대에서든 진심으로 노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동력이 되는 건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는 어르신 팬들이라고. 송가인은 "내 노래를 듣고 우울증, 공황장애가 나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자식들 다 키우고 우울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밖에 나와서 웃으면서 취미를 가져본 게 나이 먹고 처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르신들의 아이돌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이어 "70대 할머니·할아버지 팬분들이 젊은 친구들 못지않게 음원 스트리밍도 하시고, 나를 위해 직접 투표도 해주신다. 너무 감동적이다. 우리 엄마 아빠도 못 해주는 걸 나이 드신 팬분들이 해주시는 거지 않냐. 기쁨이 두배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송가인의 음악은 이번엔 실향민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지난 4월 21일 발매한 정규 3집 '연가(戀歌)'의 타이틀곡 '비 내리는 금강산'은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실향민의 애환과 보고 싶은 가족의 그리움을 담은 정통 트로트다.
송가인은 "타이틀곡을 받았는데 정말 진한 곡이더라. 이 시대에 이런 곡이 남아있다는 게, 그리고 내가 부를 수 있다는 게 영광이었다"며 "2집 때는 세미 트로트 풍의 곡을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30대의 내가 잘 할 수 있는 정통 트로트를 진하게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이어 "지금 계신 실향민들이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분들을 위한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아는 지인의 친누나가 북한에 있는데 내 노래를 듣고 울었다고 하더라. 사실 이 곡이 히트할지는 잘 모르겠다. 히트에 대한 욕심을 부리진 않았다. 그냥 내가 해야 할,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았나 싶다"고 고백했다.
물론 히트곡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송가인은 "히트곡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라면서 "'가요무대'에서 한 선배님이 '이렇게 붐일 때 히트곡이 나와야 한다. 신중하게 앨범을 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더라"고 전했다.
이어 "10년 동안 무명이었다가 뜨지 않았냐.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히트곡에 대한 욕심을 버리진 않았다. 역주행을 할 수도 있는 거다. 다만 마음 편하게 즐겁게 노래하자는 마인드"라고 했다.트로트 붐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늘 있다고 했다. 송가인은 "어깨가 항상 무겁다. 많은 대중과 팬분들, 선후배 동료들이 보고 있어서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매 무대 항상 긴장한다. 오늘 인터뷰 전에도 엄청나게 떨렸다"면서 "내가 트로트 붐을 일으켰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감, 무게감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올해는 데뷔 10주년이 되는 해다. 송가인은 여전히 자신을 "갈 길이 멀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배님들에 비하면 새내기인 거다. 오래됐다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트로트 가수가 10년밖에 안 됐어?'라는 생각이다. 50주년이 될 때까지 히트곡도 내고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아요. 트로트 가수가 음악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게 됐고, 또 트로트만 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도 생겼잖아요. 장르적으로 자리를 묵직하게 잡지 않았나 싶어요. 가수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다는 생각에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이렇게 붐이 됐으니 도태되지 않게 정통, 세미 외에도 또 다른 장르가 나와서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많은 트로트 가수분들이 더 열심히 연습하고,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노래 스타일과 관련해서도 질리지 않고 계속 순위권에 있게끔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가장 중요한 건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고, 계속 연습해야 한다는 거죠. 저 또한 항상 반성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