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게 되네요"…여름밤 물들인 떼창, 돌아온 '뷰티풀 민트 라이프' [현장]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2' 개최
음악 페스티벌 부활…일상 회복 '성큼'
마스크 착용 상태서 떼창·함성 가능
첫날 헤드라이너는 잔나비
"보고 싶었다, 이제 좀 사람 사는 것 같아"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2' /사진=최혁 기자
지난 13일 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는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우렁찬 떼창이 흘러나왔다. "보고 싶었다"는 무대 위 아티스트들의 인사, 이에 응답하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 이와 함께 선선한 초여름의 밤바람이 살결에 닿자 마침내 일상 회복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2'가 포문을 열었다. 이날을 시작으로 14, 15일까지 총 3일간 다채로운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올해 공연은 하루당 8000석씩 오픈된다.'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개최를 유지했던 페스티벌이었다. 당시에는 규모를 축소해 약 4000석만 오픈했고, 입장 전 모든 관객이 체온 측정, QR 체크,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상황에서 개최할 수 있었다. 이에 입장 단계에서의 별도 방역 확인 과정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주최 측은 단일 스테이지 구성을 비롯해 기존 스탠딩 석을 의자로 채우고, 그 뒤쪽으로 돗자리석을 배치하는 등 전석을 지정 좌석제로 운영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아직 50인 이상이 모이는 실외 공연장에선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지만, 오랜만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기는 페스티벌에 관객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바깥쪽에 마련된 푸드존에서 음식과 맥주를 즐겼고, 돗자리석에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음악 축제 마니아라는 정 모(30) 씨는 "매년 온갖 페스티벌을 다 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단 한 번도 가질 못했다. 오기 전부터 아주 설렜다. 마스크를 시원하게 벗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마치 페스티벌을 처음 가는 사람처럼 설렘과 기대가 크다"며 기뻐했다.

이날은 개성 있고 감각적인 음악으로 사랑 받는 인디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랐다. 라쿠나(Lacuna)를 시작으로 서도밴드, 디어클라우드, 솔루션스, 아도이(ADOY), 잔나비가 공연했다. 모든 팀이 떼창을 유도했고,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솔루션스는 "오늘 여러분들 목소리 정말 최대한 많이 담아가려 한다. 많이 따라 불러 달라"고 반갑게 인사했다.공연 중간 '함성 및 떼창 시 마스크 착용 필수'라고 적힌 팻말을 든 스태프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안내했다. 관객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 질서 있게 자신의 자리에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첫날 헤드라이너는 그룹사운드 잔나비였다.

"누가 내 가슴에다 불을 질렀나"
"잔나비!"관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노래하는 순간을 잔나비 최정훈은 '꿈 같은 순간'이라 말했다. 그는 "보고 싶었다"며 "이렇게 다시 모여서 공연하는 게 되네요. 정말 좋다"며 연신 행복해했다.

이날 잔나비는 '더 시크릿 오브 하드록(The secret of hardrock)', '굿 보이 트위스트(Good Boy Twist)', '밤의 공원',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 '전설', '서프라이즈!', '알록달록'을 비롯해 신곡 '초록을거머쥔우리'까지 쉼 없이 선보였다.

최정훈은 "이제 좀 사람 사는 것 같고 좋다. 여러분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소리가 잘 안 들리지만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정말 신난다"면서 "마스크는 반드시 쓰고 즐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2' /사진=김수영 기자
관객들은 손뼉을 치거나, 몸을 흔들며 함께 음악을 즐겼다. 뜨거운 떼창으로 흥을 북돋는가 하면, 휴대폰 불빛을 밝혀 감미로운 분위기를 더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페스티벌을 100% 즐겼다. 객석에서는 "형 사랑해요"라는 외침이 나와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88잔디마당 바깥쪽에서 산책을 즐기던 이들도 열띤 환호에 발길을 멈췄다. 이들은 "얼마 만에 듣는 소리냐", "이제야 제대로 된 세상 같다"며 미소 지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개막 직전 '스페셜나이트'라는 이름으로 6팀의 특별무대를 준비한 이날 공연은 5000석, 14~15일 본 공연은 8000석 전석 매진됐다.14일에는 성해빈, J. UNA, 이승윤, 페퍼톤스, 데이브레이크, 정준일, 폴킴이 무대를 꾸미고, 15일에는 kohyo, 최유리, 시네마, 엔플라잉, 정은지, 소란, 멜로망스, 적재가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