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범죄 최근 10년 증가세…"연령만 낮춰도 예방효과"

이수정 교수 참여 논문…"'평생 낙인'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줘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 이른바 '촉법소년'의 범죄가 전체 소년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촉법소년 연령 하한'을 내세운 만큼 향후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박지혜 석사과정생 등 연구팀은 학술지 '교정담론' 4월호에 발표한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 하한에 대한 고찰' 논문에서 2011∼2020년 10년간의 검찰·경찰·법원의 소년범죄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현행 소년법 등에 따라 만 14세 이상∼19세 미만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소년원 송치, 사회봉사명령 등의 보호처분만 내릴 수 있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된다. 논문에 따르면 전체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 중 촉법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1.2%에서 2020년 13.6%로 2.4%포인트 증가했다.

소년원에 신규로 입원한 사람 가운데 촉법소년의 비율은 2014년 1.1%에서 2020년 3.1%로 3배나 뛰었다.

소년범죄의 꾸준한 증가세는 물론 '저연령화' 추세마저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년 인구가 줄어 관련 통계도 줄어야 하는데, 경찰에 입건된 숫자는 오히려 늘어났다"며 "인구 감소 트렌드에 반하는 추세인 만큼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스마트폰 보급 대중화와 소셜미디어(SNS) 발달 등 디지털 문화 속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악용하는 학생들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촉법소년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대범하게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난해 11월 대구의 한 식당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학생 3명이 자신들을 꾸짖은 식당 주인에게 앙심을 품고 식당 기물을 두 차례에 걸쳐 파손한 후 "우리는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 간다"고 협박한 사건을 언급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7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오토바이를 훔치다가 검거된 초·중학생 5명이 간단한 경찰 조사만 받고 풀려난 뒤 두 차례나 더 차량을 훔친 일도 있었다.

이들은 본인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검거된 이후에도 경찰관에게 욕설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미성년자들이 법정에 섰을 때 보호처분을 받을지 형사처분을 받을지 예상할 수 없어야 처벌의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것이 실제 '처벌'의 목적보다는 '전과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해 범죄를 억제하는 예방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소년원은 전과로 남지 않아 아이들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평생 낙인이 되는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만 줘서 범죄를 억제하는 것"이라며 "결정은 재판부의 몫이기에 옵션을 넓히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만큼 새 정부에서 기준이 개정될 가능성도 높다.

저자들은 다만 "단순히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낮춘다고 극적으로 범죄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형사사법 시스템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소년사건에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을 동시에 내릴 수 있는 '통합가정법원'도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저자들은 "가정법원과 일반법원으로 이분화한 시스템에서는 보호처분을 여러 번 받은 소년이 형사처벌 시 초범으로 분류돼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받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