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열병식 참가 北군인들도 증상…부대 이동제한 강화한듯"

RFA "군인 감염됐다는 얘기 퍼져"…군, 북한군 동향 주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4월 대규모 열병식에 참가했던 군부대에서도 증상이 발현되어 이동 제한 등의 조처가 내려진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 확대됐다'고 공개한 것을 보면 같은 달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가했던 군인들에게서도 의심 증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 당국은 아직 군부대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5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군인들 속에서는 4·25 열병식에 참여했던 군인들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군 당국도 북한이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을 처음 실토한 이후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부터 14일 오후 6시 현재까지 북한 전역에서 82만620여명의 발열자가 나타나고 계속 확산 추세에 있는 점으로 미뤄 군인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현재 북한이 군부대의 감염 현황을 따로 공표하지 않고 있지만 '전국적' 유행 양상과 집단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대에서도 감염자가 다수 발생했을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북한은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 김일성 110회 생일, 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이 겹치면서 김정은 집권 이래 역대 최대 인원이 동원돼 무도회, 군중시위(퍼레이드), 열병식 등 축제 행사를 벌였다.

이런 행사와 그 준비 과정이 코로나19의 급속 확산 경로가 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25일 밤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는 각지에 주둔하던 72개 군부대와 군사대학 학생까지 대거 동원됐다.김 위원장은 행사 후 동원된 청년과 학생, 군인들을 다시 평양으로 불러들여 '노마스크' 단체 기념촬영까지 했다.

평양의 행사 준비에 동원됐다 감염된 학생·군인들이 학교 및 주둔지로 돌아가 바이러스를 전파하면서 전국적 확산을 부추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미크론 변이의 강력한 전파력을 고려할 때 북한이 군부대에 대해서는 주민보다 더 강력한 이동 통제에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

RFA는 "(북한군) 총참모부는 아무리 긴급한 일이 있어도 간부(군관)와 병사들의 외부 출장을 전면 금지하고 부대 간의 모든 연락은 무전과 전화를 이용할 것을 지시했다"며 "부대 밖에 관사나 집이 있는 군관(간부)들의 경우 비상방역 기간은 퇴근을 하지 말고 부대 안에 머물라는 지시도 내려졌다"고 전했다.

남측도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했을 때 군부대에 대해서는 장병 휴가·외출·출장 제한과 접촉자 격리, 영외 거주자 영내 대기 등 민간인보다 더 엄격하게 시행한 바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 군부대가 이동 제한 조처를 강하게 시행할 경우 7차 핵실험 준비 과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현재 전 세계로 확산하는 오미크론 변이는 치명률·병독성이 낮고 젊은 층은 무증상 감염이 많아 부대별 활동 자체를 막지는 않고 '거리두기'만으로 확산을 통제하는 방역전략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북한은 코로나19 발생과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을 공표한 지난 13일 대남 공격용 무기체계인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