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정비 좌고우면 안된다…민주당이 특별법 총대"

김병욱 신도시특위 위원장 인터뷰

"정부정책 산물…특혜아닌 결자해지로 접근
과거 민주당 행태 반성…당내 시각도 변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부동산공약인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부동산가격 상승 우려와 특혜시비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다시 말을 번복했다. “기존 윤 대통령의 공약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수습하기는 했지만,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초 출범한 ‘1기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병욱 의원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1기 신도시는 당시 정부가 ‘주택공급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추진한 정책의 산물”이라며 “배려나 특혜가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 분당을을 지역구로 둔 그는 신도시 주민들이 “속도조절론이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 내 특위가 만들어진 것은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당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라며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이 반드시 총대를 메고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위는 하반기를 목표로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1시 신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착수했다. 재건축을 위한 용적률 기준 완화, 안전진단 절차 간소화, 공간구조 재설계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은 “1기 신도시 상당수 아파트는 법적 용적률 상한에 닿아있어 재건축 추진에 한계가 있다”며 특별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1990년대 지어진 수도권 내 다른 노후 아파트와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신도시는 집단화돼 있어 특별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주대란, 전세대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먼저 성공모델을 발굴한 뒤 주변 비 신도시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 텃밭’인 분당을에서 이례적으로 재선에 성공한 그는 2016년부터 꾸준히 신도시정비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 규제를 한창 쏟아내던 2020년 초에도 신도시 정비를 위한 리모델링 특별법을 추진해 이목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재건축을 바라보는 당내 시각이 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 여당으로서 부동산가격 안정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주거환경 개선 노력에 소홀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집값이 오를까 봐 주민들을 낡고 불편한 아파트에 살게 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연을 훼손해서 새로운 신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1기 신도시의 좋은 입지 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양질의 주택공급’이라는 주택정책에도 부합한다”며 “100년이 갈 미래형 도시 설계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거대 야당으로서 정부와 여당이 신속하게 신도시 특별법을 추진하도록 견제하면서 협조할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동안 여야에서 발의한 신도시 관련 법안의 내용을 보면 서로의 생각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정부는 바뀌었지만 민주당이 절대 다수석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