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 명칭, '대외활동비'로 바꾸면 기업활동 좋아질까 [세상에 이런 법이]

송언석 김병욱 의원, '접대비' 바꾸기 법 발의
'기업활동촉진비' '대외활동비'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이유
기재부 등은 의미 모호 등 들어 반대
접대. 사전적 의미는 '손님을 맞아 시중을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단어에서 풍기는 느낌은 더 어둡다. 구글 이미지에 접대로 검색하면 영화 '내부자들'을 비롯한 범죄 영화와 각종 권력자 비리 사건들이 올라온다.

세법 등에서 사용되는 접대비라는 이미지가 부정적이라 이름을 바꾸자는 법안이 여야에서 발의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업활동촉진비'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외활동비'로 바꾸자는 것이다.고객과이 관계 유지나 사례 등 기업 활동에 필요한 용처임에도 '접대'라는 이름이 붙어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그같은 이미지 때문에 회계·세법상 용어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기업들, '접대비' 단어가 부정적

지난해 9월 김 의원은 세법상 '접대비'를 '대외활동비'로 바꾸자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며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현행법은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접대, 교제, 사례나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지출한 금액을 접대비로 정의하고, 사업자가 접대에 지출한 접대비 중 일정 요건의 접대비는 소득금액 계산시 필요경비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접대비라는 용어는 유흥, 오락 등 불건전한 활동과 지출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므로 기업의 정상적 영업을 위해 지출하는 공식비용인 접대비의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용어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8월 송언석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의 내용은 보다 직접적이다."접대비는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용어가 비수평적인 관계에서 일정한 이득을 얻기 이해 지불하는 부정적인 비용을 연상시키므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접대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부정적인만큼 다른 용어를 쓰자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상당수의 사람들은 접대비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병욱 의원이 법안 발의에 앞서 지난해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월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다. 여기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소기업 527개 중 33.2%가 '접대비 용어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는 답은 7.2%였다.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접대라는 용어가 현 시대에 부적절하다'는 것이 44.6%, '기업 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한다'는 것이 42.3%였다.

이름 바꾸면 다른 계정과 헷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면 그냥 바꾸는게 좋지 않을까. 문제는 '접대비'라는 이름을 1968년 관련 법 제정 때부터 계속 써왔다는 것이다. 이미 세금 계산은 물론 회계 처리 등에서도 50년 넘게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단어를 바꾸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 측의 의견이다.

"접대비를 기업활동촉진비나 대외활동비로 바꾸게 되면 의미상 접대비보다 많은 활동이 포함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판매수당, 판매장려금, 제품 포장 및 운반비 등은 판매부대비로 분류돼지만 기업활동촉진 성격을 가진다. 불특정 대중을 대상으로 집행하는 광고선전비는 대외활동비와 구분이 어려워진다."

법안이 기업활동 여건 개선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접대비의 이름을 바꿔 접대비 집행이 용이해지만 기업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정명호 전문위원은 두 가지 논문을 통해 이유를 설명했다.

"접대비 비출과 기업 가치 간이 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일정 한도 이하의 금액으로 접대비를 지출하는 것은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일정 금액 이상의 과도한 접대비 지출은 오히려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또 접대비 지출과 기업의 수익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접대비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해당 기업의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