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아의 신부' 전곡 지휘 김여진 "로맨틱한 선율 기대"

2020년부터 빈 심포니 부지휘자로 활동
25일 롯데콘서트홀서 한경arte필하모닉과
125년 전 빈서 울려퍼진 발레음악 재현

"왈츠·갤롭 등 빈풍 춤곡 가득
후기낭만주의 선율도 풍부

작곡가, 주제선율·효과음 등 사용해
음악에 극 내용과 장면 잘 녹여내"
오는 2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arte필하모닉의 ‘코레아의 신부’ 전곡 연주를 지휘하는 김여진 빈 심포니 부지휘자. 김여진 제공
125년 전인 1897년 5월 22일, 오스트리아 빈 궁정오페라극장(현 빈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한국을 소재로 한 발레극 이 처음으로 올랐다. 당시 파리 국립오페라극장과 함께 유럽 공연문화를 주도하던 빈 궁정오페라극장이 3만 굴덴(현재 가치로 약 61만 유로, 7억8000만원)이란 거액을 들여 제작한 신작 ‘코레아의 신부’였다. 극작가 하인리히 레겔가 쓴 대본에 빈 궁정오페라극장 발레단장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바이어가 음악을 입히고, 발레단 수석무용수 요제프 하스라이터가 춤을 짰다.

청·일 전쟁을 배경으로 조선 왕자와 양갓집 규수의 파란만장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초연 당시 관객과 비평가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오페라를 포함해 해당 시즌에 이 극장에서 올린 공연 중 최고 작품으로 선정됐고, 1901년까지 5년 연속 장기 공연됐다. 하지만 이후 공연의 명맥이 끊기고 악보와 무용보도 사라져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문서로만 존재가 확인되던 이 작품은 2012년 독일의 한 음악출판사 창고에서 작곡가가 남긴 총악보가 발견되면서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한경arte필하모닉이 이 작품의 음악을 오는 2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125년 전 초연 당시 오케스트라 편성 그대로 재현한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올해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년을 기념해 기획한 ‘코레아의 신부’ 전곡 연주회다. 그동안 음악 일부를 발췌해 연주한 공연은 있었지만, 총 4막 9장의 전곡을 되살리는 연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휘는 빈 심포니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여진(31)이 맡는다. 1900년 창단된 빈 심포니는 빈 필하모닉과 함께 빈을 대표하는 명문 관현악단이다. 빈에 거주하고 있는 그를 전화와 카카오톡을 통해 인터뷰했다.
김여진 빈 심포니 부지휘자
“지난 3월 말 처음 지휘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최초’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그다음은 ‘빈과 한국의 연결’이었습니다. 그 당시 빈에서 한국이란 나라를 소재로 한 발레 공연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겠죠. 빈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지휘자로서 빈 작곡가가 한국을 소재로 만든 발레 음악 전곡의 한국 최초 연주회를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김여진은 이화여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빈 국립음대에서 본격적인 지휘 공부를 시작해 지휘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20년 2월 빈 심포니 부지휘자 선발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해 그해 9월부터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빈에서 공부했고 활동해온 경험이 19세기 말 빈 왈츠에 정통했던 작곡가 바이어의 음악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빈 국립음대에 다닐 때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오랜 기간 반주하신 교수님께 왈츠의 대가인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를 배웠어요. 그때 왈츠에 대해 제대로 공부했죠. 부지휘자로 취직한 후에도 빈 심포니를 비롯해 빈의 여러 오케스트라와 빈 왈츠를 연주했어요. ‘코레아의 신부’ 음악에는 왈츠, 폴카, 갤롭 등 가볍고 아기자기한 빈풍의 춤곡들이 많이 나오는데 처음 접하는 악보인데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여진 빈 심포니 부지휘자
김여진은 지휘 의뢰를 받은 이후 집에서 지하철로 15분 거리인 빈 국립오페라극장에 자주 들른다고 했다. “‘코레아의 신부’가 초연된 역사적인 공간을 둘러보며 ‘이곳에서 지휘했고, 저곳에서 호른을 연주했겠구나’ 하고 상상합니다. 그렇게 간접 체험을 하면 음악과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가질 수 있어요. 빈의 극장박물관(Theatermuseum)에 가서 초연 당시 극장 배우들 사진과 무대 사진, 그림 자료와 포스터까지 세세하게 살펴봤습니다. 음악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죠.”

작곡가 바이어는 당시 오케스트라 피트석 58인, 무대 15인 등 모두 73인조의 대규모 편성으로 음악을 작곡했다. 이번 공연에서 한경arte필하모닉은 오케스트라 무대석에 58인, 합창석 객석에 15인을 배치해 초연과 같은 인원과 악기 편성으로 연주한다. “빈 왈츠풍 음악뿐 아니라 후기 낭만주의의 반음계적이고 로맨틱한 선율이 풍부하게 나옵니다. 저는 2막 4장 중간에 왕자가 항구에서 극적으로 재회한 신부와 ‘이별의 키스’를 하는 장면에 흐르는 서정적인 선율이 가장 마음에 와닿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럽죠.”
'코레아의 신부' 전곡 연주회 포스터
김 부지휘자는 ”작곡가는 춤 장면뿐 아니라 극의 내용을 음악에 절묘하게 녹여냈다”며 ”음악이 이야기 전개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바그너 음악극의 인물 주제선율(라이트모티프), 또는 드라마 OST의 주인공 테마 음악처럼 이 작품에도 왕자를 사랑하는 여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아름답고 로맨틱한 주제선율이 흘러나와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 놀라서 비명 지르거나 자명종 울리는 소리 등 효과음도 음악으로 세세히 다 표현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극의 대본이 음악에 맞춰 스크린에 뜨는데요. 관객분들도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부분을 함께 찾아보시면 더욱 다채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송태형/조동균 기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