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가 누굴 죽이려 한다"는 식의 저급한 선동 정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재명 (정치적) 죽이기 시도’ 발언이 논란이다. 그제 이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죽이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한 말이다. 표현과 비유의 부적절성을 떠나, 168석 거대 야당을 이끄는 거물 정치인이 지방선거를 앞에 두고 할 만한 발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책임 있는 공당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누가 누굴 죽인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라고는 하지만 전 국민이 듣고 보는 행사다. 특히 ‘탄압’이나 ‘정치적 압박’ 등 중립적 단어가 아니라 ‘죽인다’는 식의 자극적 표현을 쓴 것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사용한 정치적 수사로 읽힌다. 설사 그 정도 단어를 써도 될 만한 상황이라고 쳐도, 정치적 탄압 사례에서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감한 것을 쏙 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편가르기식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왜 그런 발언을 하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지방선거가 보름밖에 안 남았지만 지지율은 답보 또는 하락세다. 거기다 최근 당내 성비위 사건이 잇따르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까지 지면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와 지난 대선에 이어 3연패가 된다. 그럴 경우 정계 개편 논의에 불이 붙고 2년 뒤 총선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5년 내내 진영과 세대·성별·지역·업종별 갈라치기 정치를 하다 정권을 뺏겼지만, 지금 기댈 만한 건 지지층 결속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선거 참패에 대한 참회와 반성 없이 ‘0.73%포인트짜리 대통령’ 운운하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누가 누굴 죽인다’는 식의 저급한 정치언어를 남발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