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도 '식량 무기화'…밀 수출 전격 금지

인니 팜유 수출중단 이어…밥상물가 '퍼펙트 스톰' 오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밀값 급등하자 특단의 조치
韓, 당장 타격 없지만…밀가루 제품 줄인상 불가피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밀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폭염으로 인도 내 밀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조치다. 이번 조치로 국제 밀 가격은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중단하는 등 세계 각국이 농산물 수출 금지에 나서고 있어 식료품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를 대로 오른 국내 밥상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도 대외무역총국은 지난 13일 밀 수출을 즉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식량 위기에 처한 국가의 요청이 있거나 이미 체결된 계약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인도 정부가 밀 수출을 금지한 것은 현지에서 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밀 가격이 오르자 인도 밀 생산업체들은 국내 공급분을 수출용으로 돌렸다. 이는 인도 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시장조사회사 S&P글로벌에 따르면 13일 인도 주요 밀 시장인 인도르에서 밀 가격은 전월 대비 60% 상승한 t당 2만6000루피(약 44만원)를 기록했다.

인도의 이상고온 현상도 밀 공급 우려를 가중시켰다. 인도는 지난 3월 중순부터 121년 만의 폭염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인도의 수출 금지로 세계 밀 공급량은 더 부족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세계 밀 수출량의 25%를 담당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인도가 밀 수출을 늘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한국은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밀 수입의 99%를 미국과 호주, 캐나다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밀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 영향이 불가피하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월 평균 밀 수입단가는 t당 403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274달러)에 비해 47% 뛰었다.밀 가격 상승은 라면 빵 등 밀가루를 원재료로 하는 식품뿐 아니라 사료와 육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사료용 밀은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급등했다. 삼겹살 160g의 식당 가격은 1만6000원으로 200g으로 환산하면 ‘삼겹살 2만원 시대’에 진입했다.

허세민/한경제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