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앞두고…'통화스와프 논쟁' 재점화

"안전판 역할…빨리 체결을"
vs
"시장에 잘못된 신호 줄수도"
원·달러 환율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290원 근처까지 오르면서 비상시 ‘안전판’ 역할을 할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정상회담 때 한·미 통화스와프를 의제로 올리는 걸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 협정은 작년 말 종료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외환시장이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빨리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의제가 돼야 한다”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급한 건 아니란 시각도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미국의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원화뿐 아니라 엔화,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추 부총리의 ‘한·미 통화스와프 검토’ 발언은 ‘원론적’ 수준의 얘기일 뿐 지금 당장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가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필요할 정도로 위기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의지도 중요할뿐더러 섣불리 추진했다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임도원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