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잇단 '계약학과', 변호사 뺨치는 'IT개발자 연봉'…

[코로나 2년이 바꾼 취업시장 풍경]

막혔던 대졸 채용시장은 봄바람
출근+재택 '하이브리트 근무' 확산
Z세대 입맛 맞춘 애견 복지까지
LG디스플레이, 연세대·한양대·성균관대와 석·박사급 인력 양성 16일 저녁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디스플레이와 연세대 대학원의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설립 협약식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LG디스플레이 송상호 CHO, 윤수영 CTO, 연세대 명재민 공과대학장, 박승한 연구부총장
2년여의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취업시장도 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졸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수시채용을 도입하면서 어려워진 인력확보를 위해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시기에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면서 정보기술(IT) 개발자 인력난은 심화됐다. 코로나 백신의 잇단 도입으로 바이오기업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바이오인력난도 커졌다. 지난해초 SK하이닉스에서 터진 ‘성과급 논쟁’은 다른 기업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임금인상을 초래하고 있다. 급기야는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적자가 높아진 임금인상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올해 신규채용시장은 2년간 억눌린 탓인지 다시 부활중이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농산물·에너지 가격 급상승으로 불투명해진 경영환경이 다시 채용시장을 짓누르지 않을까 염려되는 상황이다. MZ세대들이 입사하면서 이들을 위한 ‘특별한 복지’도 우수인재 유인책이 되고 있다. 엔데믹이 되었지만,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와 기업들은 ‘재택+출근’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형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엔데믹 시대’ 기업들의 채용·근무형태 트렌드를 정리했다.


◆삼성·SK·LG·포스코 “산합혁력으로 우수인재 선점”확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 첨단산업 인력난 타개를 위해 각 대학들과 잇따라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에 계약학과를 신설해 직접 우수인재를 확보하려는 분위기다. 장학금 지급은 물론 실무 프로젝트 참여 기회와 함께 졸업후 취업도 보장한다. IT인재 확보전이 펼쳐지고 있다. LG전자는 올 하반기 연세대에 인공지능(AI) 채용계약 학과를 운영키로 했다.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보틱스, 시스템소프트웨어 등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영역 전반을 다룬다. 입학생 전원은 석사 2년 동안 산학장학금 3600만원을 지급한다. 인공지능 관련 LG전자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졸업 후 LG전자에 취업이 보장된다. LG전자는 이미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 등 4곳에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LG디스플레이도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대학원에 채용 연계형 디스플레이 계약학과를 설립해 석·박사급 디스플레이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이들 3개 대학교는 2023학년도부터 매년 대학원별로 10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선발한다. LG디스플레이는 선발 학생들에게 재학 기간 학비 전액과 학비 보조금, 연구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LG디스플레이 취업을 보장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연세대에 계약학과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 카이스트, 포스텍(POSTECH·포항공과대)에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고려대에 이어 서강대, 한양대 등에 계약학과를 신설한다. 서강대에는 전자공학과를 모체학과로 한 ‘시스템 반도체 공학과’를, 한양대에도 공과대학 내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하고 올해 말 첫 신입생을 모집한다.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인재 확보를 위해 포항공대(포스텍)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이어 한양대와도 인력양성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맞춤형 학위 과정 e-배터리 트랙을 통해 석·박사 과정 우수 인재를 선발해 교육할 계획이다. 졸업생은 포스코케미칼 연구소 등에 채용한다.서울대에도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과거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을 추진했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와는 취지가 맞지 않다는 부정적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신규채용 ‘봄바람’…기업 절반 “대졸 채용 늘리겠다”
신규채용 시장은 봄바람이 불고 있다. 채용을 미뤄왔던 기업들이 채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워라밸(일과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MZ세대들의 퇴사가 늘면서 인력보충이 시급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신입사원과 경력사원 채용을 동시에 늘리고 있다. 조사기관들이 일제히 채용이 늘어나고 있음을 발표했다. 지난 3월 2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100인 이상 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신규 채용 실태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72.0%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은 17.3%, 신규 채용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기업은 10.6%였다.특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는 응답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000인 이상 기업 82.5%, 300∼999인 기업 71.3%, 100∼299인 기업 68.4% 순이었다.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확대한다는 기업이 30.6%에 달했고 지난해와 유사하다는 응답은 59.6%에 이르렀다. 채용 규모를 축소한다는 기업은 9.8%였다. 신규 채용에 나선 기업이 늘어난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3.0% 수준으로 전망되는 등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총은 분석했다.
경총 뿐아니라 취업 플랫폼 사람인도 채용 설문계획을 통해 신입사원 채용 계획은 지난해(47.3%)보다 18.1%포인트 늘어난 65.4%로 조사했다. 경력직도 지난해 55.2% 채용계획보다 늘어난 66.5%로 나타났다. 특히 대졸 채용시장은 훈풍이다. 기업 절반이상이 대졸 신입 채용에 나서겠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연초 조사(47.3%)보다 무려 18.1%포인트나 늘어났다.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5곳중 한곳뿐이었다. 기업 유형별로는 대기업이 70.5%로 채용규모가 가장 많다. 중소기업도 64.6%가 채용의지를 내비쳤다. 채용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47.7%에 달했다. 지난해 수준으로 뽑겠다는 기업도 38.4%였다. 작년보다 줄이겠다는 기업은 8.8%에 불과했다. 수시채용과 경력직 채용도 늘리고 있다.
◆“변호사 안부럽다” 치솟는 개발자 연봉
개발자 인력난은 해마다 심각해 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플랫폼 기업의 성장이 가속화 되고 게임기업들도 성장세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업들도 가세하면서 IT개발자들의 몸값도 덩달아 올랐다.

‘변호사보다 잘 나가는 개발자’ 국내 IT·게임업계의 개발자 영입 경쟁은 전쟁이다. 네이버·카카오의 채용 경쟁에 당근마켓·토스 등 신흥 스타트업이 가세하더니,넥슨·크래프톤 등 게임사에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까지 뛰어들었다. 개발자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신입 개발자 초봉은 5000만원이 기본이다. 크래프톤은 신입 개발자에게 6000만원을 주겠다고 선언하는 등 연봉경쟁도 가열됐다. 네이버는 신입 개발자 공채를 연 2회 정례화하고 경력직 개발자 채용을 매월초 진행키로 했고 자사주 1000만원어치를 3년간 매년 직원들에게 지급키로 했다. 직방은 우수 개발자 영입을 위해 사이닝 보너스 1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나아가 우수인재 영입을 위해 ‘신입사원 초봉 상한제 폐지’를 내걸었다. 당근마켓의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는 보유중인 150억 원대 주식을 전 임직원에게 증여키로 했다. 직급, 직책과 관계없이 근무 개월 수에 비례해 평균 5천만 원 상당 주식을 증여받는다. 인턴 등 비정규직원은 근속 개월 수에 따라 1인당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의 격려금도 지급키로 했다. 과도한 연봉인상은 기업들의 짐으로 부메랑이 되고 있다. 5월초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페이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고,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비용압박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약 108억원 흑자였다가, 올해 1분기 약 1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적자전환 원인은 영업비용 급증. 임직원 수가 늘어나고, 임금인상에 따른 인건비가 약 31%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직원 임금을 평균 9% 인상키로 합의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유급휴가도 3일 신설한다.평균 9% 인상은 최근 10년 내 최대 인상률이었던 지난해 7.5%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이번 합의로 직원마다 개인 고과에 따라 임금이 최대 16.5%까지 오른다. 대졸 신입사원 초봉도 5150만원 수준으로 높아진다.노사는 임금 뿐 아니라 휴가 신설 등 복리후생 방안에도 합의했다. 워라밸 향상을 위한 유급휴가 3일을 신설하고, 배우자 출산 휴가를 기존 10일에서 15일로 확대했다. 우수인재를 빼앗기지 않고 확보하려는 고육책이다.


◆Z세대를 위한 ‘맞춤형 복지’가 대세
기업들의 복지정책은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들에게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연봉보다 워라밸, 복지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런 현상은 판교의 게임·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기업 펄어비스는 2020년 6월 ‘사내 미혼 복지 공모전’을 진행해 가사 청소 지원, 반려동물 보험 지원, 기념일 지원 및 생일 지원 확대를 도입했다. 가사 청소 지원은 혼자 거주하는 미혼 직원의 청소를 도와주기 위한 복지제도로 미혼 및 독립 거주자를 대상으로 거실, 침실·침구 정리, 설거지 및 주방 청소, 욕실 청소, 쓰레기 배출 등 월 1회 지원한다. 반려동물 보험 지원의 대상은 강아지 혹은 고양이를 키우는 임직원으로 1인당 최대 3마리까지 지원하고 있다. 반려 동물의 통원·입원 의료비, 반려견 보상 책임 등을 보장한다. 결혼기념일은 본인 외 부모까지 확대, 생일은 기존 본인에서 배우자, 부모, 자녀뿐 아니라 형제·자매, 형제·자매의 자녀(조카)까지 확대할 정도다. 화장품·욕실용품 기업 러쉬코리아는 비혼을 선언한 직원이 반려동물을 키울 경우 매월 5만원의 반려동물 수당을 주고, 반려동물이 죽으면 유급 휴가 1일도 제공한다. 수공예 플랫폼 아이디어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 반려동물 쇼핑몰 펫프렌즈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원을 위한 ‘동물 동반 출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작년 말 200명 신규 채용을 진행하면서 반려동물 입양 축하비를 복지 제도로 내걸기도 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국내 대기업들도 Z세대 맞춤형 복지를 내놓고 있다. GS리테일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원들을 위해 반려견의 건강검진과 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복지 제도를 지난달 도입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직원이 늘고, 비혼·저출산 흐름이 계속되자 기업들이 결혼을 전제로 짰던 복지 제도를 시대 변화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GS리테일 직원들은 스타트업 ‘21그램’이 운영하는 ‘우쭈쭈 케어센터’ 멤버십 비용(연간 36만5000원)의 절반을 지원받는다. 멤버십에는 반려견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반려견 보험, 반려동물 호텔 숙박권 등이 포함돼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제도 도입을 앞두고 사내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40% 정도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반려동물 복지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100명 정도의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보고, 제도를 보완·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엔데믹 시대, 출근+재택 '하이브리드'근무
엔데믹 시대 근무형태도 이슈다. 알려진바로는 삼성은 50% 미만, 현대자동차와 LG는 30% 미만 수준에서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건설비만 4800억원 이상을 들여 본사 옆에 제2 사옥을 완공해 엔데믹을 앞두고 임직원의 출근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도 “미 전역 사무실과 데이터센터에 총 95억달러(약 11조63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택과 출근의 ‘하이브리드 근무’형태가 새로운 근무방식이 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정좌석, 정해진 출퇴근 시간, 서류·서면 보고 등 3가지 없앰으로써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일하는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과 업무공유를 원할히 하기 위해 '네이버웍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이 선호도 68%로 1위를 차지했다. IT·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원격근무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야놀자는 엔데믹에도 상시 원격근무제도를 무기한 유지키로 했다.배달의민족 역시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주 2회 재택근무, 3회 사무실 출근’ 시스템 도입을 상시화하기로 했다. 배민은 재택지원을 위해 전직원에게 매달 10만원의 재택 지원비를 제공중이다. 라인플러스는 지난해 7월부터 공식화한 ‘하이브리드 워크 1.0’제도를 유지한다. 공식 근무제도 손질에 따라 라인플러스 임직원은 완전 재택부터 주 N회 재택까지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조합해 선택할 수 있다. 오늘의집 역시 주 3회 재택근무가 제도화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우선 6월 말까지 원격근무를 유지한다. CJ ENM과 카카오모빌리티는 원격근무 종료 시점을 아직 정하진 않았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하이브리드 근무를 지향하고 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13일 “올해 미 전역 사무실과 데이터센터에 총 95억달러(약 11조63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업무 방식을 더 유연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사무 공간에 투자하는 것이 납득이 안 될 수 있지만, 이것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또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 믿는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 주5일 출근했던 구글은 이제 ‘주3일 출근’으로 바꿨는데도 워싱턴·뉴욕·텍사스·조지아주(州) 등 미 전역에 사무실을 계속 짓고 있다. 메타(옛 페이스북)도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하반기 뉴욕 맨해튼에 73만㎡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한 데 이어 텍사스·매사추세츠·워싱턴주 등에도 새롭게 캠퍼스를 조성했다. 최근 사무실 복귀를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팬데믹 기간 채용한 많은 직원을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며 휴스턴, 마이애미, 애틀랜타 등 곳곳에 사무실을 늘리고 있다. 빅테크들의 새 업무 공간은 ‘하이브리드 근무’ 트렌드에 맞춰 개인 공간보다는 소통, 협업 공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 기업들은 협업 소프트웨어(SW)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화상회의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이모지 기능’을 추가하고, 회의 참석 도중 문서 편집과 이메일 작성을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을 적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줌(Zoom)은 화상회의에서 말하는 사람에게 더 관심을 집중시키고, 참석자의 몸짓·감정 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