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토마토 "싱싱함이 생명" 고민에…활로 뚫은 새벽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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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새벽배송…신선식품 이커머스 침투율 높이다# 집에서 술을 즐겨 마시는 '홈술족'인 김모씨는 안주를 주로 새벽배송으로 조달한다. 전날 밤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신선한 전복과 딱새우회, 토마토, 가지 등 안주 재료를 배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사케에 잘 어울리는 횟감부터 와인을 위한 토마토 카프레제 재료까지 신선한 상태로 받을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식료품은 과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침투율이 낮은 상품군에 속했다. 먹거리 특성상 배송 과정에서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고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벽배송 등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식품군의 온라인 소비는 급성장했다. 17일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 따르면 이같이 이커머스 먹거리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새벽배송을 통해 고품질 상품을 내놓는 생산자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친환경 수산물 브랜드 ‘바븐’이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 사태로 전복 가격이 급락했지만 바븐은 새벽배송을 활용해 완도산 전복의 활로를 텄다.코로나19가 덮치기 전인 2019년 2378t에 달했던 전복 수출물량은 지난해 상반기 829t으로 곤두박질쳤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데다 미수출 물량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전복 가격은 곤두박질쳤다.이런 와중에 바븐은 마켓컬리를 새로운 판로로 택했다. 전복 등 어패류는 선도가 중요한 만큼 상품을 직매입해 익일배송하는 컬리의 방식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바븐은 고농축 비타민을 활용해 어패류를 떼어내는 친환경 생산방식을 취한다. 이런 점을 눈여겨본 소비자들이 '가치 소비'를 할 것이란 기대감도 선택에 일조했다.
전복 등 신선식품은 하루이틀만 지나도 상품의 가치가 떨어져 재고 관리가 관건이다. 때문에 바븐은 컬리의 선판매 시스템과 발주 시스템을 받아들여 안전 재고의 적정 수준 유지에 협조했다.
마켓컬리는 자체 개발한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주문량을 조절했다. 구매·매출·프로모션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판매를 진행하고, 전 과정에서 냉장으로 배송하는 풀콜드체인을 활용해 폐기율을 1% 내외로 유지했다. 살아있는 전복을 집에서도 편하게 맛볼 수 있는 구조다.이효광 바븐 대표는 "컬리는 패키징이나 환경에 관해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어 유통업자인 바븐도 계속 연구를 하게 됐다"고 귀띔했다.새로운 맛의 토마토를 국내에 선보인 안스퓨어팜 역시 새벽배송으로 상품을 소비자에게 더 싱싱하고 맛있게 제공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안스퓨어팜의 안수민 생산자는 국내 최초로 캄파리 품종의 '마틸다 토마토' 상품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토마토가 제대로 익기 전 수확해 매대에서 익히는 기존 유통방식으로는 마틸다 토마토의 맛을 제대로 소비자에게 전할 수 없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품종의 특성상 가지에 매달려 완숙된 토마토에 비해 향과 맛이 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초기에는 주로 농장 직판장과의 전화나 온라인 직접 판매 방식을 취해야 했다. 그러다가 2015년 마켓컬리와 인연을 맺은 뒤 현재는 출하량의 60% 이상을 새벽배송으로 판매하고 있다.
안 생산자는 매일 새벽 잘 익은 토마토만 수확해 박스 작업을 하고 냉장 탑차에 실어 오후 2시 전 컬리 물류센터에 입고한다. 이후 컬리는 당일 저녁부터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농장에서 고객의 집까지 가는 데 24시간이 안 걸린다. 줄기에 끝까지 매달린 채 완숙된 마틸다 토마토를 가장 맛있는 상태로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같은 새벽배송의 정착으로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보다 맛 좋은 식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8년 11% 수준에 그쳤던 식료품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지난해 25% 수준까지 크게 뛰었다.허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식품군 온라인 소비에서 차별적 성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국내 온라인 소비 침투율은 코로나19 발생 전 25.1%에서 현재 30.8%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