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헤이븐, 올 하반기 한국서 편두통 치료제 허가 신청

허가시 국내 첫 게판트 계열 치료제
바이오헤이븐이 올 하반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편두통 치료제 ‘리메게판트’의 판매허가를 신청한다. 허가를 받으면 국내에 ‘게판트’ 계열의 먹는(경구용) 편두통 치료제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

바이오헤이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한국 및 중국 규제기관에 리메게판트의 판매허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게판트는 신경전달물질인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티드(CGRP)의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CGRP는 편두통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편두통 치료에는 ‘세로토닌’과 결합하는 수용체에 작용하는 '트립탄' 계열 약물이 많이 사용돼왔다. 그러다 최근 게판트가 트립탄과 효능은 비슷하면서 트립탄보다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새로운 편두통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헤이븐은 지난 2월 리메게판트의 아시아태평양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한국에서 실시한 임상이다. 전체 1430명의 환자 중 180명이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1차 평가지표는 리메게판트 75mg의 구강용해정제형(ODT)의 효능 및 안전성이었다. 투여 2시간 후 메스꺼움과 통증을 포함한 편두통 관련 증상(MBS)을 측정한 결과, P값이 0.0001 미만으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는 설명이다. 리메게판트가 국내 허가를 통해 출시될 경우, 게판트 계열 경구용 편두통 치료제로는 첫 주자가 된다. 2019년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일라이 릴리의 편두통 예방 치료제 ‘앰겔러티’는 피하주사 방식이다. 또 CGRP 수용체가 아닌 CGRP 자체에 항체를 붙인다는 점에서도 리메게판트와 다르다.

리메게판트는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도 ‘바이두라’라는 이름으로 판매승인을 받았다.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에서 유효하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규제청(MHRA)은 판매 승인 신청 평가를 진행 중이다.

앞서 2020년 2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편두통 급성 치료에 대해 ‘너텍ODT’라는 이름으로 판매 승인을 받았다. 부작용 등으로 기존 편두통 치료제인 트립탄 계열 약물이 사용이 어렵거나 트립탄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편두통 예방용으로도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헤이븐은 리메게판트 판매 지역을 지속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바이오헤이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블래드 코릭은 “리메게판트는 EU에서 승인됐고, 올 하반기 한국과 중국에 추가로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리메게판트 판매를 향후 미국 외의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화이자가 바이오헤이븐을 인수키로 하며 이 같은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화이자는 일찌감치 리메게판트의 가치를 인정하고 바이오헤이븐과 지난해 11월 미국 외 시장에 대한 상업화 제휴를 맺은 바 있다. 기술료(로열티)를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12억4000만달러다. 바이오헤이븐은 리메게판트의 임상 개발과 함께 화이자의 판매허가 획득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화이자는 바이오헤이븐 지분 2.6%를 3억5000만달러에 매입했다.

그러다 최근 화이자는 116억달러에 바이오헤이븐 미소유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닉 라구노위치 화이자 내과질환사업부 글로벌 총괄은 “너텍ODT를 포함한 바이오헤이븐의 CGRP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전 세계 편두통 환자에게 희망을 제공한다”며 “화이자는 바이오헤이븐의 포트폴리오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