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 내놓던 '수제맥주 1위' 제주맥주, 라거 시장 진출한다

국내 맥주시장 95% 이상은 라거…실적 개선 기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라거맥주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맥주 제공
수제맥주 제조업체인 제주맥주가 ‘라거 맥주’ 시장에 진출한다. 오비맥주 '카스'나 하이트진로 '테라'와 같은 라거 맥주로 대중성을 확보해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고 기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제주맥주는 1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브루잉데이 2022′를 열고 이달 라거맥주 ‘제주라거 프로젝트 001’(제주라거 001)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제주맥주에서 라거 제품이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 신제품을 통해 유흥업소 등 영업용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제주라거 001의 알코올 도수는 5도다. 네덜란드와 독일산 보리맥아에 미국산 호프펠렛을 더해 부드러우면서 청량한 맛을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종류는 캔을 비롯해 병맥주·생맥주 등이다. 기존 수제맥주 제품인 ‘제주 위트에일’이나 ‘제주 펠롱에일’ 등 처럼 500㎖ 4캔을 묶어 1만1000원에 판매하게 된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제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맥주시장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건 라거 맥주다. 유로모니터가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살펴본 자료에 따르면 2014~2019년 전체 맥주 판매량 중 라거 맥주가 해마다 9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다각화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진주 제주맥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도 "큰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라거 신제품을 출시했다. 올 여름 전국적으로 고객 접점을 강화해 마케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맥주 제품 포트폴리오. /제주맥주 제공
아울러 제주맥주는 라거 맥주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생산해 연내 브랜드 4개를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초콜릿·소금 등 식재료를 활용해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배럴 F' △스파클링 프룻 에일인 '프루티제' △소규모 양조설비 '스몰 배치'를 활용해 제주에서 판매하는 '용감한 주방 프로젝트' △비알코올 맥주 등이다.

2024년부터는 수출 시장에도 뛰어든다. 제주맥주는 현재 동남아, 중국, 일본, 호주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 크래프트 맥주 최초로 유럽 전역에 수출을 시작했다. 시장을 더 넓혀 전 세계로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포부다.

이번 라거 맥주 출시로 실적 개선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선 1위 업체다. 지난해 기준 2000만L 생산 설비를 갖추고 연 288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이익을 내진 못하고 있다. 작년 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5년째 적자를 보는 중이다. 문 대표는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매년 유지해오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전략을 통한 유의미한 행보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