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아트파워' 입증한 부산…매출 760억 역대 최대

'아트부산 2022' 폐막…나흘간 10만명 몰려 최다 기록
'MZ세대 아트파워' 입증한 부산…매출 760억 역대 최대

BTS도 반한 'MZ세대 작가' 돌풍
리더 RM이 소장한 김둥지 작품 등
전시회 열자마자 곧바로 '완판'
"MZ세대가 그린 걸 MZ가 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RM. 연합뉴스
관람객 10만2000명, 거래액 760억원.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1회 아트부산’이 국내 아트페어 최다 방문객 및 최대 거래액 기록을 동시에 깼다. 지난해 이 전시회의 거래액(350억원)은 물론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한 KIAF2021(650억원)도 뛰어넘었다. 올해 아트부산은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향후 국내 미술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해볼 수 있는 가늠자로 주목받았다. 몰려드는 관람객을 지켜본 미술계는 “진짜 호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트부산2022 개막 첫날인 12일 벡스코 1전시장 프리뷰 행사 입장을 위해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서있다. 김보라 기자

RM이 ‘찜’하면 ‘솔드아웃’

올해 아트부산의 ‘주인공’은 MZ세대 작가들을 내세운 해외 갤러리와 국내 신진 갤러리였다. 지난 12일 VVIP와 VIP 프리뷰에 초대된 관람객들은 전시장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대형 갤러리가 아니라 구석에 자리잡은 독립 갤러리와 해외 갤러리로 향했다. 컬렉터 연령도 중장년 위주에서 30~40대로 확대됐다. ‘MZ세대가 그린 걸 MZ세대가 샀다’는 얘기다.

이희준 작가(34)가 그랬다. 그가 그린 회화 7점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컬렉터들이 모두 사들였다. 캐나다 출신 캐스퍼 강(41)의 신작 10점을 거둬간 컬렉터들도 대부분 30~40대였다. 이소연, 그라플렉스, 샘바이펜, 백향목, GBDAY, 김둥지, 아신, 초코무 등 소속 작가 대부분이 1990년대생인 갤러리스탠도 아트부산에 내놓은 작품을 거의 팔아치웠다.
‘포스트 박수근' 김희수 작가의 ‘무제(2021)'
미술계 인플루언서인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소장했거나 높이 평가한 작가들의 작품은 온라인 선주문 등으로 일찌감치 다 팔렸다. ‘포스트 박수근’으로 불리는 김희수(38)가 대표적인 예다. RM이 2019년부터 ‘찜’한 그의 작품 121점(드로잉 100점·캔버스 21점)은 2시간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 RM의 소장품에 이름을 올린 김둥지(30)의 작품은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솔드 아웃’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가수 장기하와 소설가 김영하의 책 표지를 디자인한 엄유정(37)의 그림은 지난 2월 RM이 개인전에 다녀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입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억소리’ 나는 작품도 팔려

올해 아트부산은 ‘글로벌 전시회’로 위상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18개에 그쳤던 해외 갤러리 부스가 올해 32개로 늘어 덕분이다. 전시회의 덩치가 커지면서 대작도 활발하게 거래됐다. 올해 처음 참가한 미국의 그레이갤러리는 하우메 플렌자의 청동 두상 작품(5억원대)과 데이비드 호크니의 8.7m짜리 대형 작품(‘전시장에서’·6억원대) 등 대작을 여럿 팔았다.

학고재 부스에 내걸린 김현식 작가의 노란색 입체회화 ‘현-선 피스트’ 연작(9점)은 개막 첫날 컬렉터 한 명이 싹쓸이했다. 백남준 비디오아트 ‘인터넷 드웰러’(1994)는 13억원에 팔렸다. 타데우스로팍에선 안토니곰리의 신작 스탠딩 조각이 8억원대에 팔렸다. 알렉스 카츠, 이불, 맨디엘사예 작품 역시 ‘완판’됐다. 홍콩계인 탕컨템포러리아트는 우웨이의 작품을 모두 판매했고, 아이웨이웨이의 행잉맨을 2억원대에, 자오자오의 회화 2점을 각각 1억원대에 팔았다.
14억원대에 팔리며 최고가 기록을 세운 유영국 작가의 ‘Work(1990)’. 유영국문화재단 제공
아트부산 최고가 기록은 14억원에 팔린 유영국 작가의 ‘Work’였다. 하종현의 ‘Conjunction 09-010’은 8억원대에, 우고 론디노네의 대형 페인팅 작품은 3억원대에 팔렸다. 손영희 아트쇼부산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유입된 MZ세대의 미술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과 컬렉터들의 구매 열기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겉모습만 보면 올해 아트부산은 대성공이었지만, 한꺼풀 안쪽을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개막 닷새 전 돌연 대표이사를 해임하는가 하면, 올해 간판 작품으로 홍보했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70억원짜리 ‘퍼플 레인지(1966)’ 작품도 전시장에서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정확한 해명이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부산=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