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급했나…'다주택 종부세 완화' 꺼낸 민주당

文 부동산 정책 대폭 '손질'

'송영길 공약' 반영해 입법 추진
과세 기준 6억→11억으로 상향
재산세 부담 상한율 인하도 검토

"필요할 땐 완고하게 버티더니…"
표심 노린 선심성 공약에 비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가운데)이 1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6일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낮춰주는 내용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했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1주택자와 같은 11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당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세제 강화에 앞장섰던 민주당이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선거용 입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 부담, 얼마나 완화되나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이 같은 보유세 부담 완화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과 관련해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은 “조그마한 연립주택과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는 분이 강남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보다 자산가치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보유세를 부담한 사례가 있었다”며 “종부세 부과기준을 높여 이 같은 불합리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법 개정이 이뤄지면 서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를 보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는 현행 9914만원에서 7873만원으로 20%가량 줄어든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함께 대전 유성구 죽동푸르지오 전용 84㎡를 보유했을 경우 보유세 부담은 3030만원에서 43% 줄어든 1710만원으로 경감된다.

민주당은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의 재산세 부담 상한율을 기존 130%에서 110%로 20%포인트 낮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공시가격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재산세는 전년 대비 110% 이상 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 의장은 “집값이나 공시가격이 오르는 속도에 비해 세 부담이 천천히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주택 전·월세 신규 계약 시 임대료 인상폭을 5% 이내로 할 경우 집주인이 내는 보유세의 50%를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도 검토하기로 했다.

‘선거용 입법’ 논란

민주당은 이번주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입법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서는 8월 초까지 법안 처리를 끝내고 9월 고지되는 올해분 종부세부터 다주택자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회의 통과까지 물리적인 시간 등을 감안하면 당장 올해 적용이 가능하겠나”며 “다만 내년에 법안이 시행돼도 올해 납입하는 보유세에 대해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을 늘려온 마당에 보유세를 줄이겠다는 방향이 지지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그렇다 보니 내달 1일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득표를 늘리기 위한 선거용 입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송 후보를 비롯해 수도권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부동산 보유세 부담 완화와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외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세제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을 때는 완고하게 버티다 왜 지금, 그것도 다주택자에 대한 완화안을 주장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기준 6억원이 낮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11억원까지 올린다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그동안 민주당의 행보와 온도차가 커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설지연/이유정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