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사이클에 불 붙나"…한은 총재 '빅스텝'에 3년물 3%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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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빅스텝, 배제할 단계 아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발언을 내놓으면서, 국고채 3년물이 3%대를 다시 넘었다. 한은은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파를 경우 대응에 나서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선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 통제 위해선 모든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 표명"
"이달과 7월, 11월 인상 전망…내년 1월엔 2.5% 달할 것"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3년물은 0.135%포인트 오른 3.046%로 마감했다. 3년물 금리가 다시 3%대로 오른 것은 4거래일 만이다.이 총재의 빅스텝 발언으로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영향이다. 이 총재는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조찬 회동을 마친 후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냐 그런 걸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발언 영향에 장중 국고채 3년물은 3.082%까지 치솟았다. 이달 26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이 아니라 빅스텝 단행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이 출렁이자 한은은 진화에 나섰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국제유가 상승이나 환율뿐 아니라 최근 인도의 밀수출 금지 조치와 같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향후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측 해명에 국고채 3년물은 장중 한때 3%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시장에선 물가 통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의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물가 통제를 위해서라면 모든 정책을 다 펼칠 수 있다는 한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을 통해 종전보다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결정이나 인플레이션 문제를 대하는 수준은 한 단계 더 높아졌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며 "현재 물가 상황뿐만 아니라 높아진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통화당국이 매우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 해당 발언을 통해 더 분명해졌다"고 판단했다.당분간 물가가 빠르게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 연구원은 "물가가 빠르게 높아질 경우 시장에선 7월 금통위에서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될 것"이라며 "추석도 9~12일로 다소 빠른 점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여름 태풍으로 농가 피해가 클 경우 농산물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짚었다.
대신증권은 올해 기준금리 전망을 2.25%로 상향 조정했다. 공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여름까지는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5월 인상 이후에도 금통위는 7월과 11월에 추가로 인상하고, 내년 1월에도 추가 인상을 거쳐 최종 2.5%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