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제주 아방→장이수로…"생김새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인터뷰)

'범죄도시2'로 돌아온 박지환
현재 '우리들의 블루스' 이어 쌍끌이 인기 예감
"노희경 작가 대본은 문학…이정은 연기 강 건넜죠"
박지환 /사진= ABO엔터테인먼트
tvN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안방극장을 울린 배우 박지환이 짠내 물씬 풍기는 '범죄도시' 장이수로 돌아왔다.

박지환은 오는 18일 개봉되는 영화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에서 가리봉동 사건 이후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전 이수파 두목 장이수 역을 연기했다. 그는 현재 방영 중인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조폭 출신의 국밥 장수 '제주 아방' 인권 역을 연기 중이다.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지환은 조폭 출신 캐릭터를 연거푸 맡는 것에 대해 "그런 것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생긴 것에 대한 벽이 있다면 힘들고, 두려워할 게 아니라 서서히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그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방언부터 조선족 말투까지 지역별, 계층별 특징을 살려 연기를 하는 비법은 무엇일까. 박지환은 많이 듣는 것부터 출발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사투리에 대한 대본이 들어오면 분석하려 들지 않는다. 한두 달가량 라디오 듣듯 듣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깊지 않게 읽는데, 계속 듣다 보면 갑자기 쌓인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모니터하고 영감을 받고 주의 깊게 봐온 인물이나 내가 그려온 인물들이 조금씩 퍼즐을 맞추듯 중심으로 데리고 내려온다. 그 언어를 어떤 태도로 쓸까 고민하다가, 디테일보다 뉘앙스를 살리려 노력한다. 인물이 전달하고픈 진심에 가깝게 붙기도 한다. 사투리에 갇히다 보면 마음이 전달이 안 되는 경우 많이 겪었다"고 설명했다.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에 대해 드라마의 대본이 아닌 한편의 문학을 본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지환은 "어떤 부분은 시적이었다가, 어떤 부분은 산문으로 내 마음을 건드리고, 어떤 부분은 연극 같은 대사로 핵심을 꽂았다. 또 어떤 부분은 모든 걸 비운 채 지문으로만 쓰여 있다. 어떻게 이렇게 쓸 수가 있지? 라고 생각하며 의아했던 작품"이라며 "연기도 첨가하고 요리하고 다듬으러 하지 않아도 너무 디테일해서 읽으면 되더라. 작가님께 이런 선물 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백한 적 있다"고 했다.
박지환 /사진= ABO엔터테인먼트
극 중 호식 역의 최영준과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이렇게 좋은 배우, 작가, 연출과 함께할 기회를 얻은 것은 꿈 같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연극배우 시절부터 함께해온 이정은에 대해서 "음 알 수 없는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이정은 선배는 배우로서 어떤 강을 건너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강이 뭔지 모르겠는데, 저도 찾아봤지만 제 앞엔 그 강이 없다. 그저 그 강을 건너신 게 느껴진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의 정은 선배를 보며 '주인공이란 방문객에게 내 집에 편히 와서 쉬라고 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주인이 불편해하고 있으면 손님이 힘든데, 주인이라면 저 정도의 품과 객을 맞는 마음으로 모든 배우를 즐겁게 하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놀러온 사람은 아름다운 시간만 기억하는데, 주인은 새벽에 일어나 객이 잠들고 난 후까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정은 선배의 그런 모습을 봤다. 정말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박지환은 최근 인기에 대해 "따로 검색하거나 SNS를 안 해서 잘 모르는데 요즘 어딜 가면 '현이 아방'이라고도 하고 '순대 아저씨'라고도 한다. 너무 재밌고 감사한 순간"이라며 기쁨을 드러냈다.한편 박지환이 출연하는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전편의 가리봉동 소탕 작전 4년 뒤를 배경으로 베트남까지 세계관을 확장했다. 오는 5월 18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