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의 무덤' 일본서 통했다…삼성폰, 10년 만에 2위 등극

갤럭시 하라주쿠 매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한국산 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10년 만에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은 올 1분기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13.5%로 1위 애플(56.8%)의 뒤를 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오른 수치다. 2013년 1분기 14.1%를 찍은 후 10년 만에 분기 기준 최고 수준이다. 갤럭시의 선전에 샤프(9.2%)는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갤럭시는 판매 대수에서도 샤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100만대가 팔렸지만 샤프 기기는 70만대에 불과했다. 눈여겨볼 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대비 출하량이 증가한 유일한 제조사라는 것. 1위 애플의 판매량은 520만대에서 420만대로 줄었고 샤프의 출하량은 직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샤프를 제친 것은 4분기 만으로, 현지 통신사와 협력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통신사 5세대 이동통신(5G) 구축 주요 협력사다. 점유율 1위 NTT도코모와 점유율 2위 KDDI에 5G 장비를 공급했고 KDDI와는 기업용 5G 공략도 함께하고 있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에게는 '험지'로 꼽힌다. 애플이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샤프·소니·교세라·후지쯔 등 자국 브랜드 제품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가성비를 앞세운 화웨이·샤오미·오포 등 중국 제품들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실제로 국내·글로벌 시장과 일본 현지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시장 점유율 72%를 차지하고 국내 스마트폰 판매 '톱10'에도 갤럭시 제품 8종이 뽑힐 만큼 압도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난해 4분기 기준 점유율 19%로 애플(22%)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이보다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MM종합연구소(MMRI)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일본 내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총 1611만5000대였으며 점유율 순위는 애플, 소니, 샤프, 삼성, 오포 등의 순이었다. 1위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절반(45%)에 달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10.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올 1분기 점유율 상승으로 연간 점유율에서도 호조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갤럭시 일본 판매 포스터 [사진=삼성전자]
이번 실적에는 갤럭시S22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출시됐지만 일본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판매됐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2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21 시리즈 △갤럭시Z플립3 △갤럭시A52의 판매 호조 덕분으로 풀이된다. 갤럭시 브랜드의 입지가 강화됐고 현지 이동통신사와의 프로모션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또 2019년 일본 도쿄에 문을 연 '갤럭시 하라주쿠' 등 오프라인 채널의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이 매장은 총 지상 7층~지하 1층 규모로 전세계 갤럭시 쇼케이스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아울러 지난 3월에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들을 위한 전시관을 만들고 이달부터 일부 고객에게 BTS 포스터를 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일본 이동통신사 KDDI가 3월 3세대(3G)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로 수요가 몰린 것도 점유율 개선 배경으로 꼽힌다. 성능이 떨어지는 중국 스마트폰보다는 플래그십 폰에 준하는 성능과 저렴한 가격을 갖춘 보급형 기기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NTT 도코모 온라인몰 스마트폰 판매량에 따르면 '갤럭시A52 5G'는 처음 10위권에 진입했다.

업계는 오는 2분기에 갤럭시S22 시리즈 실적까지 포함되면 일본 내 점유율이 더욱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갤럭시S22 시리즈의 일본 사전 판매량은 전작보다 50% 증가했다. 'S펜'이 탑재된 갤럭시S22 울트라에 대한 선호도가 사전 흥행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