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식서 눈물 보인 정은경…마지막까지 마스크 쓰고 '덕분에'(종합2보)

"영웅 칭호는 너무 과분…공직자로서 코로나 위기 극복 기여 감사"
국회 참석 후 오송 질병청서 이임 인사…"새 청장 잘 추진하실 것"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7일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이끌며 받은 'K-방역의 상징' '국민영웅' 평가에 대해 "너무 과분하다"며 "공직자로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어 감사했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났다. 질병관리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은 코로나19 진료·방역을 위해 애쓰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덕분에' 캠페인으로 장식됐다.

정 청장은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참석한 뒤 오후에 충북 청주시 오송읍 소재 질병청으로 복귀해 일부 직원들과 간단한 이임식을 가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임식에서 직원들은 정 청장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편지와 영상, 꽃다발 등을 준비했다. 정 청장 역시 코로나19 유행 기간을 포함해 4년10개월 간의 재임 기간을 함께 한 직원들에게 각별한 사의를 표했고, 이 과정에서 정 청장과 여러 직원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여러분의 사명감과 열정, 헌신·노고가 있었기에 함께 위기를 극복해 왔다"며 "유행이 진행 중인데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우리의 결정·판단이 국민 생활·안전에 큰 영향을 미쳐 책임이 막중해졌고 국민의 시선과 기대가 부담스럽고 무거울 것"이라며 "책임감은 무겁게 갖되, 더 자신감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리라 믿고 응원하겠다"고 당부했다. 정 청장은 특히 "질병청은 과학적 전문성을 핵심으로 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국민의 신뢰와 보건의료분야 리더십은 우리의 전문성에서 나온다"며 직원 개인의 역량에 더해 기관의 정책·연구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청장은 이임식 후에는 약 2시간에 걸쳐 여러 건물동에 있는 부서 사무실들을 순회하며 전 직원들과 일일이 만나 인사했다.

정 청장은 오후 6시쯤 질병청을 떠나기 전 건물을 배경으로 간부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면서는 '덕분에' 수어를 제안했다. 이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만큼 잠시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나왔다.

그러나 정 청장은 "그래도 끝까지 쓰는 것으로 하자"며 완곡히 거절하고 마스크를 쓴 채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정 청장은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방역당국을 믿고 협조해주시고 의료인,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분들께서 헌신해주셔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올 수 있었다"며 "(새 정부가) 100일 로드맵과 국정과제를 만든 대로 잘 이행되도록 질병청 식구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이 떠나는 길에는 직원 30여명이 나와 박수를 치며 배웅했다.

정 청장은 이날 저녁 질병청 대변인실을 통해 방역당국 출입 기자들에게도 서면 인사 보냈다.

그는 "매 순간 고비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불확실성이 큰 신종 감염병에 대해 국민께 설명·소통하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며 "그때마다 언론인들께서 위기와 안전 사이에서, 정부와 국민의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주셨고,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를 연대하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든 질병청을 떠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전문성이 높은 새 청장님이 오셨고, 많은 지식·경험을 가진 방역인력, 그리고 우리 국민의 위기 극복을 도울 언론인 분들이 계셔서 마음이 놓인다"고 덧붙였다.
정 청장은 이임식 전 서울역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자신에게 'K-방역의 상징' '국민영웅' 등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 "너무 과분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방역수장을 맡아 가장 아쉬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아쉬운 점이야 많다.

어떻게 100% 만족하겠는가"라며 "부족한 게 많았지만 많이 도와주고 믿어주셔서…"라고 답했다.

정 청장은 이날 임명된 백경란 신임 질병청장에 대해서는 "새 청장님께서 새로운 전략으로 잘 추진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정 청장은 앞으로 계획은 정해진 게 없으며 "당분간 쉬면서 고민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