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내시경 넣어 탈출한 디스크만 제거…상처·통증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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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인터뷰 - 이준호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겪는 질환이 디스크와 척추질환이다. 성인 3명 중 2명이 평생 한 번 경험할 만큼 이제 흔한 질환이 됐다. 구부정한 자세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다. 특히 허리와 목 부분에 오는 경우가 많다. 초기라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통증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시술이나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을 하면 흉터가 크게 남는다.
'미세침습 수술' 국내외서 각광
뼈·근육 건들이지 않고 시술
1시간이면 끝나 환자들 선호
회복기간도 일반 수술보다 짧아
이준호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국내 척추외과 분야의 명의로 꼽힌다. 특히 미세침습적 시술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이 교수의 경피적 내시경 목·허리 추간판 부분 제거술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불린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척추전문병원에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았으며 국내외 학회에서 고난도 환자 사례를 발표하는 등 이 분야를 선도해 왔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스크는 어떤 병인가.
“정확한 명칭은 추간판 탈출증이다. 돌출돼 나온 수핵에 의해 신경근이 압박돼 심한 하지 방사통 및 더 나아가 마비 증상을 만드는 상태다. 하지만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받은 사람 중 대다수는 디스크 내장증 혹은 신경근 압박이 심하지 않은 정도의 돌출 상태를 일컫는 추간판 팽윤증이다. 이런 상태로 지속되다가 부적절한 허리 관리로 바깥 섬유테에 파열이 와서 내부 수핵이 돌출되기 시작하면 디스크의 시작이다.
▷디스크를 알리는 전조 증상으로는 어떤 게 있나.“보통 주기적으로 허리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줄곧 허리만 아파오다가 어느 순간 허리 통증은 사라졌지만 한쪽 다리로 전깃줄 같이 느껴지는 찌릿한 저린감, 이른바 방사통이 지속되기도 한다. 이는 허리병이 좋아진 게 아니라 진짜로 디스크가 생겨 심각해진 것으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경피적 내시경 시술로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나.
“미세침습적 치료의 하나인 경피적 내시경 시술은 작은 부위를 절개한 뒤 척추 내시경을 넣어 탈출한 디스크만 제거하는 방법이다. 최첨단 장비의 고화질 영상이 정확한 병변 부위를 찾기 때문에 안전하고 정확하다. 1㎝ 미만 최소한의 상처로 기존 수술법과 대등한 치료 효과를 낸다. 뼈나 근육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시술 후 통증이 적다. 회복기간도 일반 디스크 수술에 비해 매우 짧다.”▷그동안 척추 미세침습 수술을 얼마나 시행했나.
“요추부(허리)와 경추부(목) 등을 모두 합해 여태까지 경피적 내시경 추간판 제거술을 1000여 건 이상 시행했다. 수술 소요 시간은 1시간가량이다. 대학병원 등은 2박3일 입원을 권하지만 전문병원에선 당일 퇴원도 가능하기 때문에 특히 젊은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척추 분야에서도 미세침습 수술이 최근 어느 나라나 각광받고 있다.”
▷디스크의 유병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30대가 되면 허리 한두 마디는 자연스럽게 퇴행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다수가 느끼지 못하다가 무리하거나 사소한 외상으로 인해 자각증상이 생겨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디스크가 있다고 무조건 수술하다가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디스크 수술 후 재발할 확률은 얼마나 되나.
“외국 논문에 따르면 재발률은 2년 기준 8~9% 내외다. 재수술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하는 질환이다. 재수술 시 신경근 손상이나 뇌척수액 누수, 수술부위 감염 등의 확률이 높아진다. 또 추간판 제거술을 재차 진행하게 되면 향후 추간판 간격이 낮아지는 협착증 현상 등이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 수술로 신경관이 넓혀졌기 때문에 신경 차단술 등의 비수술적 치료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 등에는 각종 예방법이 난무한다.“디스크 증상을 겪는 환자들은 덜컥 겁이 난 나머지 각종 치료를 중복해서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료진은 어떤 치료법이 환자에게 잘 맞는지를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척추질환은 워낙 오래된 질환이다 보니 정립된 치료법이 많다.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