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원 교수 "마음 아픈 아이 치료하며 엄마도 성장 "
입력
수정
지면B3
김효원 교수우리 사회는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일단 ‘엄마 탓’을 한다. 엄마가 잘못 키워서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주변에서도 수군대며 화살을 엄마에게 돌린다. 엄마는 육아의 최전방에 홀로 서서 아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하는 외로운 사람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엄마의 마음이 자라는 시간'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 문제로 지치고 절망하는 엄마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엄마와 아이들을 상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들의 성장통을 담은 책 《엄마의 마음이 자라는 시간》을 최근 출간했다.책의 부제는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엄마의 모든 것’이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내 안의 어린이를 직면하고, 상처가 많았던 그 아이를 다독이며 현재 내 아이의 문제까지 헤쳐 나가는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담았다.
김 교수는 “세상이 팍팍해지고 다들 사는 게 힘들어지면서 아이들이 사는 문화도 어려워지고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소한 문제까지 수면 위로 부상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존에는 아이가 학교에 가기만 하면 알아서 굴러가는 것 같아 보였는데 코로나19로 아이들이 가정에 머물면서 사회적 문제가 가정 내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전면 등교를 시작하면서 자살 및 자해 등 문제적 행동을 시도하는 아이들이 급증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아이의 문제는 부모와 동떨어져 있지 않고, 가족의 핵심 사안이 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아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아이와 부모를 함께 상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김 교수는 “아이에게 생긴 병은 온 가족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아이가 치료받고 자라는 시간에 엄마 등 양육자의 마음도 같이 자라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상처럼 눈에 보이는 질환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이기 때문에 치료 기간도 아이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발달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해,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우울증 등 마음이 아픈 증상은 다양하다. 한 번의 상담만으로도 해결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20여 년 가까이 진료를 받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김 교수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너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너의 제일 큰 편이 돼줘야 하는 사람은 너야. 너 자신에게 네가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자.” 또 부모들에게는 이렇게 당부한다. “힘든 시간을 아이와 함께 견디고 있는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 주세요.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기본적으로 아이 편이다.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돕고 설득하지만, 아이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무다 보면 오랫동안 힘든 자갈길을 함께 걸은 친구처럼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부모가 자녀를 돕는 것만큼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이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