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 교수 "건강 좌우하는 호르몬…명화 통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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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교수우리 몸속 호르몬은 몇 개나 될까. 무려 40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겸 내분비당뇨센터 소장은 국내 대표적인 당뇨병 및 호르몬 명의로 꼽힌다. 당뇨병 환자들을 치료하며 생체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안 교수가 최근 독특한 콘셉트의 책 《뭉크 씨, 도파민 과잉입니다》을 출간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뭉크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안 교수는 ‘호르몬 도슨트’가 돼 미술관 옆에 진료실을 열고 다양한 명화를 통해 14가지 중요 호르몬을 소개한다. 초상화를 보고 호르몬 문제를 발견하고, 풍경화가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호르몬 특징과 관련해 이야기한다.그는 “국내에서 호르몬을 이처럼 그림과 접목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은 처음”이라며 “화가든 오브제든 감상자든 모두 호르몬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이 같은 신선한 조합이 사실 어색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사람이 호르몬을 이해하고 호르몬과 생로병사의 연결고리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과 균형을 되찾아주는 식습관, 생활습관 등 호르몬 처방전도 알려준다. 사랑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엔도르핀,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온몸의 세포를 활성화하는 마이오카인까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지배하는 중요 호르몬을 소개하며 명화에 생기를 불어넣고 의학 지식은 쉽게 전달해준다.르네 마그리트의 ‘마술사’는 끼니를 먹자마자 디저트와 음료를 찾는 현대인의 무한한 식탐을 재치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만약 이 그림에서 자신의 모습이 연상된다면 식욕 호르몬 그렐린과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라고 안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애써 굶어가며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그렐린과 렙틴의 균형을 되찾아보면 자연스레 식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사랑에 빠지거나 감동을 느끼게 해 주는 도파민은 과다 분비되면 집착이나 충동, 심지어 갑질로까지 이어진다. 도파민 관리는 운동과 수면을 통해 자기 통제감을 키워나가는 게 핵심이다. 안 교수는 “호르몬들은 서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정한 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면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약을 아무리 늘려도 나아지지 않던 고혈압 환자는 혈압 호르몬의 처방을 받아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는 “호르몬은 사람의 건강을 좌우하는 지배자”라고 했다. 같은 60대 나이의 사람이라도 어떤 사람은 40대처럼 보이고 어떤 사람은 60대처럼 보이는데 이 같은 차이를 만드는 것이 호르몬이라는 설명이다.안 교수는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 위해 꾸준히 반신욕을 한다. 반신욕을 하면 교감신경과 코티솔 등 부정적인 호르몬이 나오는 것을 낮추고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등 긍정의 호르몬을 높일 수 있다. 물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몸속 호르몬들이 조화를 이루는 데도 효과적이다.
코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인데 과도하게 분비되면 인슐린 기능을 방해한다. 코티솔이 만성적으로 많이 분비되면 혈관에 찌꺼기가 쌓일 위험이 크다. 세로토닌은 행복감 등 감정을 조절하는데 세로토닌이 나오지 않으면 우울감이 심해진다. 멜라토닌은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하고 암세포 증식을 늦출 수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