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회춘'시켜 노화 억제…건강수명 늘린다

생명硏리포트
정해용 한국생명공학硏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면역세포 만드는 조혈줄기세포
역노화 기술 실용화 연구 활발
암 등 노인성 질환 극복의 발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연구원들이 면역노화를 조절할 수 있는 펩타이드 유래물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노화는 신체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암, 자가면역질환 등 각종 노인성 질환을 유발한다. 하지만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노인성 질환에 대한 치료제 및 예방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사람의 기대수명은 점점 늘고 있으며 노인 인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수명에 비해 실제로 건강하게 산 기간인 ‘건강수명’은 수년째 그대로다. 국내 기대수명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 노인이 인식하는 건강상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2020년 기준 국내 기대수명은 83.5세이지만 건강수명은 66.3세다. 이런 격차는 의료비 급증의 주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노인 건강보험 진료비는 전체 의료비의 43%로 37조원에 달한다. 2025년에는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성 질환의 원인 면역노화

세계적인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18년 고령에 질병 코드(MG2A)를 부여하며 노화 제어 및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를 계기로 2017년 625억달러였던 세계 항노화 시장은 2022년 약 886달러 규모까지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노화가 연구되고 있지만 그중 면역체계의 노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연구에 주목할 만하다. 몸속 골수에는 여러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줄기세포가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면역세포들은 온몸을 돌아다니며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견고했던 면역체계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무너진다. 조혈줄기세포에서 노화가 일어나면서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기능이 떨어지고, 체내 면역 기능이 급격히 감소하는 면역노화가 진행된다. 노인에게 나타나는 면역노화는 암과 감염병, 자가면역질환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코로나19 상황은 노인면역의 기능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면역노화에 따른 감염병 확산 및 치명률 증가, 백신 효능 감소 등은 향후 미래 팬데믹을 대비하는 데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됐다.

○조혈줄기세포 회춘해서 극복

감염병 팬데믹 상황에서 면역 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면역 기능을 회복시켜 대비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미 나이든 면역 세포를 어떻게 ‘회춘’시킬 수 있을까. 2006년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개발한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노화된 세포를 회춘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이미 분화를 완료한 체세포에 4개의 인자(야마나카 인자)를 넣어 다시 줄기세포로 돌아간 세포다. 일종의 ‘타임워프’를 겪은 세포인 셈이다.

이에 따라 면역 노화를 연구하던 연구자들은 야마나카 인자를 이용해 노화된 조혈줄기세포를 젊게 만들어 면역 기능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연구진은 10여 년 전부터 면역노화 극복을 위한 다양한 면역노화 기전을 연구해왔다. 특히 조혈줄기세포의 새로운 노화 기전을 규명하고 펩타이드 유래를 조절제를 개발해 노화된 조혈줄기세포의 회춘을 유도했다. 면역노화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조혈줄기세포 역노화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을 했고, 현재도 공동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면역노화 극복 연구는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이 미래 감염병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게 하고 다양한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면역노화 치료제 개발을 통한 노인 삶의 질 향상, 개인 및 국가의 의료비 절감 등 복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