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 속 1위 스테이블코인 테더에서도 12조7000억원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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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새 100억달러 빠져나가한국산 암호화폐인 루나와 스테이블코인 ‘테라’가 붕괴하자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규모 1위인 테더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주일 테더에서 새 약 100억달러(약 12조7000억원)가 인출됐다.
테더 가격 1달러 방어 중
준비금 '넉넉'하지만 유출 우려
18일(현지시간) 오후 2시30분 기준 가상자산 정보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테더 시가총액은 약 741억7000만달러(약 94조1300억원)다. 1주일 전인 11일 시가총액인 841억5000만달러(약 106조7700억원)과 비교하면 100억달러 가까이 증발됐다. 테더의 시가총액 규모는 스테이블코인에선 1위일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 전체로 봐도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법정통화에 가격을 묶어놓고 이 가격 밑으로 가치가 떨어지면 담보를 내놓는다. 테라가 연동(페그)했던 1달러 밑으로 가치가 떨어지면 또 다른 가상화폐인 루나를 대안으로 지급했던 것과 달리 테더는 미리 준비해 둔 현금자산을 담보로 활용한다. 가상화폐끼리 묶어놓은 바람에 연쇄 가격 하락이 일어났던 테라와는 달리 테더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 받았던 이유다.
하지만 테라의 페그가 무너지면서 테더 가격은 지난 12일 95센트 밑까지 떨어졌다. 1달러 밑으로 가격이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코인 대신 달러를 가져가면서 테더의 준비금이 유출됐다. 테더는 지난해 연말 기준 현금 42억달러, 3개월 미만 미국 재무부 국채 345억달러, 상업이음 242억달러 등을 준비금으로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BC에 따르면 테더는 이 준비금을 이용해 최근 유출된 70억달러 규모 코인을 회수했다. 이날 기준 테더는 코인게코에서 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간신히 가격 방어를 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성을 두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테라의 폭락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올 연말까지 규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미국 의회에 촉구했다. 17일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스테이블코인은 이름과 달리 전혀 스테이블(안정적)이지 않다”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가상자산 규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