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학생 볼모로 잡은 교육감 후보들의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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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위한다며 자기정치 내세워6·1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박선영 후보는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 결정사항’이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조전혁·조영달 후보와 취재진 앞에서 단일화 서약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조희연 어부지리 불보듯
최만수 사회부 기자
하지만 기자회견 자리에 등장한 건 박 후보뿐이었다. 조전혁·조영달 후보 자리엔 명패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박 후보는 “요즘엔 음식점도 예약해놓고 노쇼하면 위약금을 문다”며 “자괴감이 들 정도로 참담하다”고 했다.이에 대해 조전혁 후보는 “조영달·박선영 후보가 먼저 단일화하면 합의를 따르겠다”며 “두 사람이 합의하지 않았으니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조영달 후보는 “기자회견을 추진한 시민사회지도자회의는 대표성이 없다”며 “무슨 권한으로 단일화를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선거일까지 보름도 남지 않았지만 단일화는 여전히 요원한 분위기다. 후보들끼리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단일화 방식을 고집하며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상호 비방, 고소전까지 벌이며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단일화 기구가 난립해 ‘단일화 기구의 단일화부터 해야 한다’는 코미디 같은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는 사이 진보진영의 조희연 현 교육감은 멀찌감치 앞서가는 중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2일 3선 도전을 선언한 뒤 서울 곳곳을 다니며 유세를 벌이고 있다. 현직 교육감 프리미엄까지 가진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후보 지지율과는 별개로 서울 시민들 사이에선 현 교육감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9.3%가 ‘중도·보수 성향 후보’에게, 41.1%가 ‘진보 성향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보수 후보들이 뜻을 모아 한 명으로 나서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는 의미다. 2018년과 2014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 진영은 절반 이상 득표했지만 표가 갈리는 바람에 조 교육감에게 교육감 자리를 잇따라 헌납했다.
8년간의 친전교조 교육감 체제에서 학력평가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해 학생들의 학력 수준 저하가 발생했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코로나로 학생 관리까지 부실해지면서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의 격차도 더욱 커졌다. 불안한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몰려가 지난해 사교육비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교육을 이번에야말로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만큼 선거 패배의 후폭풍은 바로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보수 후보들은 그 책임을 전부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