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개미에 백기 든 동원…지주사 합병비율 조정한다

동원산업-엔터 합병가격 산정
주가서 순자산가치로 기준 변경
기관·소액주주 요구 전격 수용
동원그룹 본사 전경. 한경DB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 중인 동원그룹이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지주사 격 계열사 동원산업의 합병 비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가치를 더 높게 책정해야 한다”는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은 18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두 회사의 합병 비율 조정 안건을 승인했다. 지난달 7일 합병을 발표한 이후 한 달 반 만이다.두 회사 이사회는 동원산업의 합병가액 책정 기준을 주가에서 순자산가치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은 24만8961원에서 38만2140원으로 53.5% 상향 조정된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은 1 대 3.84에서 1 대 2.70으로 변경된다.

합병 비율 조정으로 오너 일가의 합병 지주사에 대한 영향력은 애초 계획보다 축소된다.

동원그룹은 상장사인 동원산업을 지주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개선해 의사결정 구조를 간결하게 하는 동시에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우량 자회사를 보유한 동원산업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목적이다.주식시장에선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가치 산정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일었다.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은 “동원그룹이 동원산업 지분가치를 과소평가해 오너 일가에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고 반발했다.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합병 비율을 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 비율 변경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