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베이조스의 논쟁이 부러운 이유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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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이사회의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윗 설전’을 벌였다. 베이조스는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쓴 글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10일 트위터에 “가장 부유한 기업에 세금(공정한 몫)을 부과하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고 한 말을 반박한 것이다. 베이조스가 다음날에도 “이미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추가 부양책을 추진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공격을 이어가자 백악관이 16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맞대응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담당 부보좌관은 “베이조스가 비판 트윗을 게재한 시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을 포함한 노조 지도부를 만난 직후라는 게 놀랍지 않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 노조 설립을 지원한 것에 대해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는 베이조스가 불만을 품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1월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배라 CEO와 함께 있는 영상을 공유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중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그는 사람 형태의 젖은 양말 인형(꼭두각시)”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영상에서 “GM과 포드 같은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격려했지만, 테슬라는 언급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내는 등 바이든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에 여러 차례 날을 세웠다. 그는 트위터에 “(방역 규제는) 우리의 자유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투표로 쫓아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했다. 이멜트 회장은 멕시코를 방문해 “북미 전역에 득이 되는 NAFTA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NAFTA 재협상을 선언한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수차례 반대했다. 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엘러간 등 바이오·제약기업들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집단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국감 때마다 국회에 불려 나와 망신을 당하는 게 연례행사다. ‘기업인 줄소환’이라는 악습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호통과 윽박지르기 트집잡기 훈계가 난무하는 국감의 증인·참고인 석에 앉는 것에 대해 기업 오너와 CEO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국감 증인 출석만으로도 문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 만큼 신인도 하락을 걱정하는 기업들도 많다. 잘나가는 플랫폼 기업들은 3~4곳의 상임위에서 소환당하기도 한다. 미국은 우리와 상황이 전혀 딴판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미 정보기술(IT) 기업 ‘빅4’ CEO가 2020년 7월 사상 처음으로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는 한국 국회와 사뭇 달랐다. 의원들은 이들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갑질’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지만, 한국에서처럼 호통이나 막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CEO들도 할 말을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과 경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우리가 계속 혁신하지 않으면 누군가 오늘 여기 있는 모든 기업을 대체한다는 걸 역사는 보여준다”고 치열한 경쟁 상황을 표현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컴캐스트 등으로부터 강력한 온라인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4월 베이징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일갈했다. 이른바 ‘베이징 발언’이다. 대담한 결단과 각오, 용기를 내지 않고서는 하기 힘들 말이었다. 27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게 한국 기업과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계급적 신분질서가 뿌리 깊은 한국에서 기업인이 논쟁적인 주제를 놓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권력과 자유롭게 맞짱을 뜰 수 있는 시대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이건호 논설위원
◆대통령과 맞짱 뜬 기업인
바이든과 베이조스의 언쟁을 친노조 성향의 바이든 정부와 대기업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속내보다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미국 기업인의 당당함에 관심이 더 쏠린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미국에선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 새삼 부럽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노조가 바이든 행정부를 통제하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제조업체 대표를 초청한 행사에 무노조 경영을 하는 테슬라를 배제하고, 노조가 있는 업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발끈한 것이다.머스크는 지난 1월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배라 CEO와 함께 있는 영상을 공유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중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그는 사람 형태의 젖은 양말 인형(꼭두각시)”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영상에서 “GM과 포드 같은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격려했지만, 테슬라는 언급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내는 등 바이든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에 여러 차례 날을 세웠다. 그는 트위터에 “(방역 규제는) 우리의 자유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투표로 쫓아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했다. 이멜트 회장은 멕시코를 방문해 “북미 전역에 득이 되는 NAFTA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NAFTA 재협상을 선언한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수차례 반대했다. 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엘러간 등 바이오·제약기업들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집단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정책 비판했다 탈탈 털린 경총
서슬 퍼런 정치 권력을 기업이 공격하는 것은 한국에선 언감생심이다.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3, 4류 정치인이 일류 기업을 부도덕한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해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조차 정권의 눈 밖에 나면 탄압을 각오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일자리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총은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정부, 노동계와 함께 책임져야 할 분명한 축이고 당사자인데 성찰이나 반성 없이 잘못된 내용으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함으로써 정부와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일자리 문제가 표류하지 않을까 굉장히 염려된다”고 했다. 앞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경총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했다. 이후 경총은 회계부정과 탈세, 세금유용, 횡령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되며 경찰, 국세청, 고용노동부 등의 조사를 받았다. 청산돼야 할 적폐로 찍혀 탈탈 털린 것이다.◆적폐로 몰린 전경련은 5년 내내 ‘패싱’
1961년 설립돼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에 휘말려 문 정부 5년 내내 ‘패싱’을 당했다. ‘비선단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위상이 추락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전경련은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과 청와대 행사,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국감 때마다 국회에 불려 나와 망신을 당하는 게 연례행사다. ‘기업인 줄소환’이라는 악습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호통과 윽박지르기 트집잡기 훈계가 난무하는 국감의 증인·참고인 석에 앉는 것에 대해 기업 오너와 CEO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국감 증인 출석만으로도 문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 만큼 신인도 하락을 걱정하는 기업들도 많다. 잘나가는 플랫폼 기업들은 3~4곳의 상임위에서 소환당하기도 한다. 미국은 우리와 상황이 전혀 딴판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미 정보기술(IT) 기업 ‘빅4’ CEO가 2020년 7월 사상 처음으로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는 한국 국회와 사뭇 달랐다. 의원들은 이들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갑질’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지만, 한국에서처럼 호통이나 막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CEO들도 할 말을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과 경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우리가 계속 혁신하지 않으면 누군가 오늘 여기 있는 모든 기업을 대체한다는 걸 역사는 보여준다”고 치열한 경쟁 상황을 표현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컴캐스트 등으로부터 강력한 온라인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4월 베이징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일갈했다. 이른바 ‘베이징 발언’이다. 대담한 결단과 각오, 용기를 내지 않고서는 하기 힘들 말이었다. 27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게 한국 기업과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계급적 신분질서가 뿌리 깊은 한국에서 기업인이 논쟁적인 주제를 놓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권력과 자유롭게 맞짱을 뜰 수 있는 시대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이건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