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코' KT의 힘…시가총액 10조 눈앞 [기업&이슈]
입력
수정
화제의 기업을 집중 취재하는 기업 앤 이슈 시간입니다.국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통신주인 KT의 주가 움직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형주들 주가 대부분 내렸는데 KT는 다른가요?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12%나 빠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KT 주가는 20.4% 올랐습니다.
시장 상황과 전혀 다른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겁니다.KT 주가는 오늘 3만 6,250원으로 마감됐는데 현재 시가총액은 9조 4,653억 원입니다.
KT 내부에서는 조만간 시가총액 10조 원 재탈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KT 시가총액은 2013년 3월 10조 원 아래로 떨어져 9년 동안 10조원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시총 10조 원이 되려면 주가는 3만 8,300원이어야 합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횡보했던 주가가 지난해부터 꿈틀대더니 올해 약세장에서 폭발하는 모습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일단 외국인들이 KT 주식을 집중 매수했습니다.
올해 들어 매수세가 거셌는데 그 결과 올해 초 38%대였던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4월 기준 42%에 달합니다.
그 이유는 파격적인 배당정책 때문인데요.
KT는 3년 연속 배당을 늘리고 있는데, 지난해 배당은 일 년 전보다 41% 증가한 수준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 지분 한도 이슈인데, 현행법상 외국인들은 기간통신사 지분을 49%까지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지분 한도까지 얼마 남지 않은 SK텔레콤 대신 KT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KT 내부의 변화입니다.
지난 십수년간 갖고 있던 거대 통신사의 고루하고 정체된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건데, 이 점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대 통신사 이미지를 벗어던진다... 어떤 전기가 있었나요?
지난 10년 동안 KT의 주가가 정체됐던 것은 국내 통신산업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이같이 꽉 막힌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2020년 취임한 구현모 사장은 KT 혁신방안으로 디지코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디지코는 '디지털 플랫폼 컴퍼니'의 약자로 기존 통신업 외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분야에 집중해 디지털 플랫폼을 핵심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입니다.
신사업에 명확한 명칭을 정해 기존 통신업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먹거리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거죠.
디지코 전환을 선언한 지 2년 정도 된 셈인데 실제 성과는 있습니까?
사실 2년이란 시간은 새로운 분야를 시작해서 성과는 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성적표는 엄청난 성장은 아니지만 분명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지코 매출 비중 2019년 1분기 37%에서 올해 1분기 41%로 늘었습니다.
반면 기존의 통신 부문인 텔코 매출 비중은 디지코가 늘어난 만큼 줄어들었죠.
디지털과 콘텐츠 등 신사업 영역으로 사업구조가 전환되는 과정인 겁니다.
특히 신사업 중 인공지능 사업과 콘텐츠 자회사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40%, 35%가량 크게 늘었습니다.
이처럼 신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KT는 올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록했는데요.
1분기 영업이익 6,2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는데 이는 12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또한 매출액과 영업익 모두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자 증권업계는 KT의 목표 주가를 높여잡았는데요. 최고 5만 원을 제시한 곳도 있습니다.
탈통신 전환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는 얘기인데 시가총액 10조 원, 그 이상이 되기 위해서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KT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또 다른 요소들이 있을까요?
일단, 하반기부터 케이뱅크와 밀리의 서재 등 신규 자회사의 상장이 예정돼 있습니다.
현재 KT의 경우 자회사 가치가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상장을 통해 자회사 가치가 다시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구현모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겠단 뜻을 밝혔는데요.
계열사만 48개에 이르는 등 사업 구조가 복잡해 효율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섭니다.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 수직계열화를 추진할 전망인데,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면 더욱 속도감 있는 신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KT 주가 오늘 3만 6,250원. 시가총액 10조 원이 되기 위한 주가는 3만 8,300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지켜보겠습니다.
양현주기자 hjy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