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군수의 무덤' 전북 임실…엎치락뒤치락

3선 도전 심민·신인 한병락 '접전'…4명 출마해 2강 2약
"자고 나면 (지지율이) 바뀌는 거 같아서 누가 이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전북 임실군수 선거에서 3선을 노리는 무소속 심민 현 군수(75)와 군정 교체를 외치는 더불어민주당 한병락(68)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 뒤를 남원시 부시장 출신의 박기봉(68·무소속), 사업가인 박정근(49·무소속) 후보가 뒤쫓고 있다.

민주당 후보 1명에 무소속 후보 3명이다.군민들의 관심은 '군수의 무덤'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임실군에 3선 군수가 나올지, 새로운 군수가 탄생할지에 모이고 있다.

임실군은 민선 1∼5기 군수 4명(재선 포함) 모두 인사비리나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거나 불명예 퇴진하는 바람에 '군수의 무덤'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를 의식한 듯 3선에 도전하는 심 후보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전임 군수들과 달리 두 번(6∼7기)의 임기를 채우며 안정적으로 군정을 이끌어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그래서 '3선 출마에 따른 피로감'을 주장하는 일각의 비판적 시각에 '군민의 자랑 3선 군수, 심민'이라는 슬로건으로 맞서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심 후보는 "청렴과 성실함을 무기로 지난 8년간 혼신을 다했다"며 "옥정호 종합개발 등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굵직한 정책들을 중단없이 추진해 지역발전을 완성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4년 심민 후보와 첫 격돌에서 패한 한병락 후보는 8년 동안 묵묵히 지역 민심을 다지며 와신상담(臥薪嘗膽)했다.당시 무소속에서 이번에는 민주당 옷으로 갈아입고 출마한 한 후보는 현 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야당 지방 권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당력을 결집, 지지세를 확산해 승리한다는 전략이다.

서울대를 나온 그는 또 뉴욕 총영사관 부총영사, 전북 시민참여포럼 공동대표, 민주당 전북도당 부위원장 등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중앙당과 지역사회 인맥을 총동원, 침체한 지역 분위기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이번이 세 번째 출마로 '삼수생'인 박기봉 후보는 30여 년 공직생활을 통해 닦은 업무능력을 토대로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겠다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박 후보는 "'임실 짐꾼'을 내세우며 그동안 민심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며 이번만은 반드시 입성한다는 목표로 누비고 있다.
무소속 박정근 후보는 "전 군민 기본소득 지급과 이장에게 국가 지급 10만원, 군 지급 10만원을 추가해 마을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임실 벨기에 마을 조성과 외국어 교육기관 설립, 고향 요양원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심민·한병락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딱 부러지게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혼전과 박빙의 접전 양상이다.

특히 임실군의 유권자는 2만5천 명 남짓에 불과해 후보들의 출신지(읍·면)에 따른 소지역주의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전북이 민주당의 텃밭임에도 임실군은 민선 1∼7기의 군수 5명(재선 포함) 중 무소속이 3명으로 민주당(2명)보다 많아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도 통하지 않는 곳이어서 민주당의 당력 집중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한병락 후보에게 아쉽게 패한 '마당발' 한완수 전북도의원이 원팀의 정신으로 당세를 얼마만큼 결집해 보탬을 줄지가 주요 변수 중 하나라는 것이다.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당연한 말이지만, 유권자가 '3선의 피로감'과 '3선의 자랑'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에 따라 7월부터 군청으로 출근하는 군수의 얼굴이 가려질 것"이라며 "현재 누가 우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후보 자신들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